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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일본식 해물 볶음우동"

by 장돌뱅이. 2021. 3. 15.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연속 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고추장과 채소를 넣은 비빔국수와 얼음이 서걱거리는 백김치 국물에 만 물국수였다.
비빔국수는 새콤달콤했고 물국수는 담백하고 시원했다.
직접 해 먹는 음식엔 모양은 투박해도 개운한 뒷맛이 장점이다. 


아내와 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집에서도 자주 국수나 수제비를 해 먹는 편이고
코로나 팬데믹 전에는 서울 시내 국숫집을 순례하기도 했다.

( https://jangdolbange.tistory.com/1796 )


국수는 3천 년 역사를 지닌 인류의 식문화라고 한다.

장구한 세월 동안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양한 재료와 모양으로 다양한 맛의 국수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누들로드』라는 책의 목차에는 낯선 이름의 국수가 많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칼국수와 막국수, 밀면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양과 맛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팥칼국수, 올챙이국수, 콧등치기국수, 건진국수, 두부국수까지도 그런대로 낯설지 않다.
그러나 포항 모리국수, 산청 어탕국수, 김제 도토리칼국수, 담양 선지국수, 제천 토리면,
옥천 생선국수, 예산 기러기칼국수는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다.


동남아의 쌀국수도 크기와 원료가 국수마다 다르고 넣는 재료에 따라 맛도 다르다.
서양의 파스타도 면의 모양부터 스파게티, 라자냐, 펜네, 탈리아텔레 등으로 다양하다.
거기서 다른 재료들과 조합되면서 다시 여러가지 이름의 음식으로 복잡하게 갈라진다.
국수의 역사가 오래된 중국엔 더 많은 국수가 있지 않을까?


일본에도 수많은 '우동(饂飩)'과 '소바', '라멘' 등의 국수 음식이 존재한다.
'소바'와 '라멘'은  일단 제쳐두고, 우동만 봐도 '가케 우동', '붓가케 우동', '가마아게 우동' ,
'자루 우동' 등 종류도 많고 먹는 방법도 제각각이어서 나처럼 일본어가 서툰 사람은
주문하기도 쉽지 않다.
일본 여행을 가서 화려한 '세이진료리(精進料理)'나 '가이세키료리(會席料理)'는
안(못?) 먹어도 우동(소바)을 빼먹으면 왠지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온 것 같다.


영상 요리 강좌에서 "일본식 해물 볶음 우동"을 만들었다.
우동 사리와 새우,  양배추를 각종 양념의 소스에 볶아냈다.
간단한 조리 과정인데도 양념과 국수가 겉돌지 않고 밀착되어 부드러운 맛을 냈다. 
강사는 달걀국이나 콩나물국, 생강절임 등과 함께 먹으면 좋다고 했다.
나는 백김치를 곁들여 상차림을 했다. 


이젠 봄이다.
아파트 화단에 목련이 어느샌가 환하게 피었다.
곧이어 다른 꽃들도 앞다투어 피어날 것이다.
봄꽃 향기에 어울리는 맛난 음식을 만들어 아내와 나누고 싶다.

벚꽃 그늘에
국물도 생선회도
꽃잎이로다

- 마츠와바쇼오(松尾芭蕉) 의 하이쿠( 俳句)-



*'우동'이냐 가락국수냐. 우동을 우리 말로 봐야하나? 

국립국어원에선 순화된 표현으로 가락국수를 권장하는(?) 것 같다.
우리말 우선이 당연하지만 우동처럼 이미 우리말화 되어버린 것 같은
(아니면 특정 분야에서는 자연스레 쓰이는) 단어에
대해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한글 학자뿐만이 아니라 음식 분야 종사자들도 생각해 볼 문제다.

얕은 실력으로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니 당연하게 사용했던 
우리말들이 어렵게 다가올 때가 있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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