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돌리는 곳마다 어질어질 봄꽃이 흐드러졌다.
잠시 현기증을 달래려는 듯 아침부터 내리는 봄비가 차분하다.
비가 그치면 봄풀과 꽃들은 더욱 왕성하게 피어날 것이다.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동그라미 그리러 연못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테야, 꽃밭으로 갈 테야.
꽃봉오리 만지러 꽃밭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풀밭으로 갈 테야.
파란 손이 그리워 풀밭으로 갈 테야.
-강소천, 「보슬비의 속삭임」-
손자친구와 아파트 근처 공원을 뛰어다니다 화사한 큰 나무들의 꽃들 아래에
올망졸망 모여서 예쁘게 피어나고 있는 작은 꽃들을 보게 되었다.
봄은 봄 아닌 것들을 없게 한다던가.
왜 이 작고 앙증맞은 꽃의 이름이 "큰개불알꽃"인지 모르겠다.
일본인들이 붙인 이름을 그대로 번역한 탓이라는데 꽃 모양새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요즈음은 봄까치꽃이라 우리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남부 지방에서는 2월에, 중부 지방에선 3~4월에 핀다.
제비꽃의 꽃말은 '겸손'이다. 낮은 키에 작은 보랏빛 꽃잎이 겸손이라는 말과 잘 어울려 보인다.
꽃에 얽힌 전설은 다소 애잔하다.
해의 신 아폴로는 이아라는 아름다운 소녀와 양치기 소년 아치스의 사랑을 질투하여
이아를 제비꽃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신의 눈에 띄지 않게 사랑도 격정을 낮추고 '겸손'히 하라는 뜻인가?
제비꽃은 이름도 품종도 많은 꽃이라고 한다.
이른봄, 전국의 들이나 길가 언덕, 빈터 양지바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민들레와 함께 우리 나라 봄의 들꽃을 대표하는 이 꽃은 많은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조선의 각 고을에서는 이 꽃이 필 때 북쪽의 오랑캐 무리들이 쳐들어왔다고 하여 오랑캐꽃이라
불렀으며, 꽃 모양이 씨름할 때의 자세 같다고 해서 씨름꽃 혹은 장수꽃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른봄 갓 부화된 병아리같이 귀엽다고 해서 병아리꽃이라 부르기도 하고,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 때문에 외나물이라고도 불렀다. 지금도 산간 지방에서는 오랑캐꽃·병아리꽃·장수꽃·
씨름꽃·외나물 등으로 부르고 있다. (...)
동속(同屬)으로는 20여 가지가 있다고 전해지면, 꽃으로 분류하면 60여 가지가 넘는다.
제비꽃은 풀잎이 작은 대신 꽃대가 길게 나와 꽃이 핀다. 이른봄 3월 하순께부터 한 포기에서
여러 개의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꽃대는 높이 5∼20센티미터 정도로 자란다.
4∼5월에 꽃대 하나에 한 송이씩 꽃이 핀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꽃 백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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