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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내가 읽은 글

부활절에 묻는다

by 장돌뱅이. 2021. 4. 5.

고갱, "황색 그리스도(Le Christ jaune), 1889"


"부활을 축하합니다."
아침에 동남아 오지에 계시는 수녀님으로부터 첫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그곳엔 비가 많이 와서 3일째 정전인 데다가 곳곳에 물난리로 모든 공소의 미사가 취소되었다고 한다.
내일이면 지붕이 날라간 집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걱정하시면서도
씩씩하게  '알렐루야,  알렐루야!!!'라고 외치듯 적어주셨다.

명동성당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명동성당과 바티칸 성당의 부활절 미사를 보았다.
냉담에 코로나 핑계까지 더해져 미사 참석은(?) 진짜 오래간만이었다.

성베드로 성당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상에’ 보내는 축복)
강론에서 '전염병 확산과 가난한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위기, 그리고 멈추지 않는
전세계의 무력 충돌'에 우려를 표했다.

교황은 최근 미얀마 사태에 대해서도 “미얀마 젊은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평화롭게 목소리를 내는 데 헌신했다”며  관심과 공감을 보였다.
함께 한국어를 공부하는 미얀마 친구들과 이 소식을 나누어야겠다.
낙담하는 그들에게 현실적인 힘이 되지 못하더라도 뭔가 위로 거리는 찾아 주고 싶다. 

전례 없는 자연재해와 사람들이 멈추지 않고 저지르는 폭력의 세상에 신의 뜻은 어디에 있을까?  

'다반사(茶飯事) 안에 쪼그리고 앉아 잔소리하는 노쇠한 망령의 신이 아니라 굵고 원대하며
우주와 세계와 미래를 채우는 청춘의 법(法)'인 신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 것일까?

허공으로 올라간 투정 섞인 물음은 다시 우리를 향해 그 자체에 답이 담겨 떨어진다.
'사람과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 무엇으로 사는가?' 


땅에게 물었다.

땅과 땅은 어떻게 사는가?
땅이 대답하기를,
우리는 서로 존경합니다.

물에게 물었다.
물과 물은 어떻게 사는가?
물이 대답하기를,
우리는 서로 채워줍니다.

사람에게 묻기를,
사람과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스스로 한 번 대답해보라.

- 휴틴, 「사람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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