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사진/미국

PCH를 따라 8. - CAMBRIA 로

by 장돌뱅이. 2012. 4. 27.

GENERAL GRANTE TREE를 마지막으로 킹즈캐년의 일정을 접었다.
그러나 킹즈캐년을 빠져 나오는 길은 멀었다.
2시간을 달려서야 작은 도시 프레스노 FRSNO 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한 일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위 사진 : 프레스노 FRESNO에서의 늦은 점심식사

오늘의 숙박지인 캠브리아 CAMBRIA 까지는 아직 서너 시간을 가야했다.
41번 도로를 타고 남쪽을 향하는 길은 길 좌우로 낮은 구릉의 초원을 끼고
가는 도로였다. 7월인데도 일년생 풀들은 벌서 노랗게 퇴색하여 있었다.
외부온도계는 차창 밖의 온도가 화씨 100도를 넘어섰음을 알려주었다.
이 사막의 불볕에 일찍 시들지 않고 어떻게 견딜 수 있으랴.


*위 사진 : 41번 도로에서

곳곳에 목장들이 보였다.
한가로이 움직이거나 풀을 뜯는 소나 말들이 보였다. 미국에선 목장도 넓었다.
풀을 뜯는 소 떼들이 아주 작게 보일 정도였다.
주변의 풍경과는 상관없이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가 유난히 지루했다.
하긴 벌써 16시간 넘게 계속해서 운전 중이니 그럴 만도 했다.

음악을 끄고 아내에게 노트북에 담아온 텔레비전 연속극 “하얀거탑”을 켜달라고 했다.
운전 중이라 화면을 볼 수 없으니 라디오 연속극처럼 소리로만 들었다.
“하얀거탑”은 한 젊은이의 야망을(필시 좌절 혹은 파멸할 것으로 예상되는)
둘러싼 온갖 인간 군상들의 얽고 설키는 이야기이다.
몇 년 전 이 연속극이 텔레비전으로 방영될 때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자못 흥미진진하였다.
우리가 사는 사회의 비정한 삶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연속극 덕분에 좀 더 쉽게 목적지 캠브리아에 도착했다.
샌디에고를 떠난지 20시간 만이었다.
1마일만 더 간다 해도 못갈 것 같은 지친 몸으로 차에서 나왔다.

캠브리아는 엘에이 북단과 샌프란시스코의 남단에서 각각 240마일 떨어져 있는,
그러니까 정확하게 두 도시의 중앙에 있는 작은 해안도시이다.

숙소인 OLALLIEBERRY INN (www.olallieberry.com)은 태평양해안하이웨이(PCH)를
벗어나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앞마당에 오래된 시쿼이아 나무가 듬직하게 서있는 푸른색
건물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방은 본관2층에 있었다.
가정집을 그대로 사용하는 듯한 숙소의 방은 아늑했다.  

샤워를 하고 나니 피로가 더불어 씻겨 나간 듯 몸이 다시 싱싱해졌다.
우리는 숙소의 안팎을 둘러보고 캠브리아의 거리 구경을 위해 집을 나섰다.

상점과 식당 등이 있는 작은 거리가 숙소에서 도보거리에 있었다.
상점마다 하나 둘 불을 밝히는 저물어가는 거리를 오리내리며 새삼스레 먼 곳에 왔다는 자각이 왔다. 
아내와 함께 여행을 할 때 이런 자각은 늘 감미로움을 동반한다.

우리는 WILD GINGER라는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하여 숙소로 돌아왔다.
아내와 방에서 맥주 몇 캔과 더불어 식사를 하고 나니
잠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한 것이 없어졌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