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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세월은 흐른다

by 장돌뱅이. 2021. 4. 18.


피터팬, 후크, 팅커벨, 웬디······ 어릴 적 만화와 책에서 친근해진 이름이다. 
90년 대 초 인도네시아에 살 적에 그 이름의 주인공들을 영화『후크』에서 만났다.  
당시에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어린 딸아이와 함께 자카르타의 한 극장에서였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뒤 같은 영화를 이번엔 손자친구와 텔레비전으로 보았다.  
손자친구는 제 엄마가 어린 시절 깔깔대며 웃던 바로 그 장면에서 똑같이 웃었다.
다른 점은 딸아이가 피터팬과 팅커벨을 좋아했다면 손자친구는 조금 무서워하면서도
이상하게 악당인 후크선장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거실 벽에 걸린 시계가 시계소리를 무서워하는 후크선장의 접근을 막아줄 것이라 자신하면서,
한 손으로 눈을 가려 애꾸를 만들고 다른 손은 갈고리처럼 구부려 후크 선장을 흉내내기도 한다. 

이제 딸아이는 90년 대 초의 내 나이가 되었고 그 시절 자신과 같은 나이의 자식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손자친구와 같은 영화를 다시 본다.
세상을 사는 한  아무 일도 없는 조용한 시간은 누구에게도 없다지만
아득한 기억 속에 지난 시간은 굴곡진 길을 피해 우리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 같다.

계절이 바뀌듯 평화로운 생의 순환이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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