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 『심야식당(深夜食堂)』에 나온 "(빨간) 비엔나소시지 볶음".
한쪽 끝을 여덟 갈래로 칼질을 한 앙증맞은 문어 모양의 소시지였다.
아내와 함께 만화를 읽으며 문득 소시지가 먹고 싶어 졌다.
맛 이전에 직접 만들어보면 우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재미라는 말이 원래 '자양분이 많고 맛도 좋은 음식'이라는 의미의 자미(滋味)에서 나왔다.
문어와 인터넷에서 본 꽃게 모양을 생각하며 소시지를 샀다.
밥반찬보다는 안주로 어울릴 것 같아 오래간만에 맥주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식사도 소시지를 넣은 라면으로 했다. 토마토도 씨를 빼고 잘게 썰어 넣어 끓였다.
소시지의 맛과 토마토 향이 스며서인지 국물 맛이 그럴듯했다.
간단한 소시지볶음과 맥주, 그리고 라면의 한 끼.
반드시 특별한 재료에 진지한 정성과 시간을 쏟아야만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재미있고 '자미있는' 소소한 일상을 가꾸며 지낼 일이다.
아내는 '말만 하면 만들어 준다'며 내가 심야식당의 주인을 닮았다고 했다.
우스개 칭찬도 맛에 스미고 분위기를 띄워 춤을 추게 한다.
뭐든 더 열심히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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