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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햄버그 스테이크

by 장돌뱅이. 2021. 5. 24.

영상 요리 강습 마지막 날 '함박스테이크'를 만들었다.
'함박스테이크'의 규범 표기는 "햄버그 스테이크(hamburg steak)"다.
국립국어원의 사전에는 "서양 요리 중의 하나.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잘게 다져 빵가루와 양파, 달걀 따위를 넣고 동글 납작하게 뭉쳐 굽는다"라고 나와 있다.
단어 설명이 더도 덜도 할 것 없이 그대로 레시피다.
이렇게 구운 고기를 빵 사이에 넣으면 햄버거(hamburger)가 된다. 기호에 따라 치즈와 양파, 토마토와 상추 등을 추가하지만 아무래도 기본은 고기 패티(patty)일 수밖에 없다. 

내가 함박스테이크란 음식을 처음 접해본 것은 아마 중학교( 졸업식 날?) 쯤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에 특별한 날은 종종 경양식 집에서 칼질을 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해보는 날이기도 했다. 
사용에 서툰 포크와 나이프, 테이블 위를 비추던 은은한 조명, 어른들 허리 높이로 칸막이가 쳐져 있는 경양식집의 (당시로서는) 세련된 분위기에 촌스러운 나는 은근히 위축이 되곤  했다. 그런 날을 빼면 경양식집은 중고등학교에 걸쳐 나의 얄팍한 주머니로는 감당할 수 없는 고급한 장소였다. 

대학에 들어와선 친구들과 쥐포에 소주를 마시기에도 주머니 사정은 빡빡했다.
하지만 지금의 아내 덕분에 가끔씩 분위기 좋은 경양식집을 갈 수 있었다. 
그 당시 무교동 어름에 있던 경양식집 "햇살"이 생각난다.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가기 힘들게 작은 간판이 달려 있던 그곳.
경양식 집 근처에 클래식 음악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던 아가페라는 이름의 다방도 있었다.
그때 무슨 이야기를 그리 오래 나누었을까? 생각해보니 아득하다.

강사의 설명을 따라 부산을 떨며 만든 '함박스테이크'를 두고 아내와 마주 앉았다.
서툰 솜씨로 만든 음식에 맛을 북돋우고 분위기를 잡는 덴 음악이 필요했다.
척 맨지오니(Chuck Mangione)이 "Feels So Good"을 들었다. 음식을 따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보는, 만날 약속만으로 가슴 부풀던, 젊은 시절을 'feels so good'하게 기억해 보았다.
그러다가 "나이 들면 추억을 파먹고 산다는데 우리가 정말 늙은 걸까?",
서로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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