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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밤에 걷기

by 장돌뱅이. 2021. 7. 17.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찜통더위가 시작되었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도 끈적거리는 습기와 후끈한 열기가 들어 있다. 
당분간은 밤에 걷기로 한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선다. 아무래도 공원보다는 강 쪽이 낫다.
밤이 깊어갈수록 강바람이 시원해지기 때문이다.

거리두기가 강화되어서인지 강변에 행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다.
모두가 일상을 조금씩 양보하며 견디고 있는 것이다.

끝이 있을 것이라 마음 속으로 다짐하며 입술에 힘을 주어 본다.

아내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어깨 하나쯤 뒤에서 묵주기도를 읊조리며 걷는다.
기도가 끝나면 강 건너 불빛에 우리가 다녀온 어느 여행지의 풍경을 덧씌워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어느 카페의 벽에서 봤던가.

"어쩌다 이런 구석까지 찾아왔대도 그게 둘이서
걸어온 길이라면 절대로 헛된 시간일 수는 없는 것이라오." 

아내와 이제까지 걸어온 시간이 그렇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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