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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음식 이야기

by 장돌뱅이. 2021. 7. 14.

1. 김밥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포로로 잡힌 미군들은 식사 때 부식으로 '이상한 검은 종이'를 받았다.
미군들은 생전 처음 보는 이 '종이'를 일본군이 자신들에게 가하는 가학행위로 여겼고
전쟁이 끝난 후 전범 재판에 증거 자료로 제출하였다. 그 '검은 종이'는 바로 김이었다. 

어릴 적 김밥은 소풍날의 특별식이었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칠성사이다와 함께 나누어 먹던 김밥은 우리 세대가 지닌 공통의 기억일 것이다.
같은 김밥이라도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은 비슷하면서도 달랐고 따라서 맛도 달랐다.

요즈음은 다양한 재료들이 속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손자'저하'도 김밥을 좋아해서 코로나로 유치원 등원이 막힌 날이면 여러 가지 김밥을 만들어 먹곤 했다.  일테면 마늘햄 김밥, 멸추 김밥, 햄말이 김밥, 오징어채 꼬마 김밥, 두부구이김밥, 참치김밥, 어묵조림김밥,  마약김밥, 소시지김밥 등등. 아내와 둘이서 좋아하는 김밥은 김치김밥이다. 송송 썬 김장김치와 스크램블드 에그만을 넣은 것으로 남에게 내놓기는 좀 그렇지만 맛만큼은 어느 김밥에도 뒤지지 않는다. 

2. 오이

좋아하는 이유와 싫어하는 이유는 같다고 한다.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상쾌한 오이향, 바로 그 향 때문에 딸아이는 오이를 싫어한다.
딸아이는 오이가 아니라도 먹을거리는 많다고 하지만 오이향은 오이에만 있으니 안타깝다.
더군다나 노력해서 '오이 헤이터(오이 포비아)'의 식성이 바뀌는 것도 아니라고 하니 더욱 그렇다.

오이소박이와 오이샐러드, 그리고 오이냉국은 여름을 시원하게 하는 음식이다.

3. 토마토


토마토는 16세기 유럽의 식민지 지배 확장 시기에 중앙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처음에 유럽인들은 토마토를 식용이 아닌 관상용으로 재배했다.
토마토에 정욕을 부추기는 사악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선악과가 토마토라고 여겨 영국 청교도혁명을 주도한 크롬웰은 토마토 재배를 금지시키도 했다.
심지어 토마토에 독이 있어 먹으면 죽는다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토마토의 모습이 해리포터에도 나오는 독초 맨드레이크와 비슷해서 생긴 괴담이라고 한다.)

1820년 미국 뉴저지주 세일럼(Salem)의 광장에서 로버트 기번 존슨(Robert Gibbon Johnson)은  공개적으로 토마토를 먹는 시식회를 가졌다. 의사는 그가 죽을 것이라 예견했고 사람들은 장례식을 준비한 채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토마토의 붉은 과육과 즙이 흘러내리자 몇 명은 비명을 지르거나 실신을 했다. 왜 그런 퍼포먼스를 결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20개가 넘는 토마토를 먹고도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1980년대 세일럼 카운티는 그가 토마토를 먹은 날을 '로버트 기번 존슨 데이'로 지정했다고 한다.

지금은 대표적인 건강식품 중 하나로 대접받는 토마토의 흑역사가 우습기도 하지만, 우리가 먹는 평범한 일상의 음식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용기와 희생이 있었음을 짐작해보게 된다. 일테면 복어를 먹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을까? 자연 속 아몬드는 치명적인 독이 있었다는데 사람들은 어떻게 그것을 작물화했을까? 등등.

토마토를 이용한 가장 손쉬운 요리는 토마토달걀볶음이다. 이건 이름이 그대로 레시피다.
스크램블드에그와 적당한 크기로 썰어 볶은  토마토를 섞어 주면 된다.
아내와 가끔씩 브런치로 해 먹는다. 토마토달걀탕도 좋다.
토마토는 열을 가하면 맛과 영양이 더 좋아진다고 하던가.
손자친구에게도 이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토마토와 양파, 레몬과 실란트로(고수) 등을 넣어 만든 토마토 살사를 빵에 올려 먹어도 상큼하다.
살사 소스는 과카몰레 소스와 함께 내게 멕시코를 -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 먹던 따꼬와 브리또, 꿰사디야와 따말레스 등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아내는 멕시코 음식의 기본이라 할 또르띠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멕시코 음식 선택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 말했지만 좋아하는 이유와 싫어하는 이유는 같다. 

4. 아보카도

나는 회사일로 미국과 멕시코에 주재를 하면서 처음으로 아보카도를 알았다.
미국식 초밥인 '무슨무슨 롤'이나 멕시코 음식에 빠지지 않고 딸려 나오는 연초록의
부드러운 내용물과 소스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아보카도라고 했다.

아보카도는 멕시코 아즈텍 문화에서 다산의 상징으로 '과일의 왕' 대접을 받았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숲에서 나는 버터'로 불렀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히스패닉들이 먹는 과일이라고 인기가 없다가 아보카도의 지방이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인기 식품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아보카도는 흔한 과일이 되었다. 미국과 뉴질랜드에서 수입이 된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생산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아보카도와 명란젓에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는다. 맛이 구수하다.
한 연예인이 텔레비전에서 알려주어 아보카도를 이용한 대표적 한국식 요리가 되었다고 한다.
달걀프라이는 넣을 적도 있고 안 넣을 적도 있다. 

그러나 아보카도의 대량재배는 생태계 파괴로 비난을 받는다.
급증하는 아보카도의 수요는 재배 지역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산림 파괴와 물의 고갈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한 개의 아보카도를 키우기 위해 소비되는 물은 약 320리터로, 이는 성인 160명이 하루 동안 마시는 양이라고 한다.
'대량'과 '밀집'이란 수식어가 들어가면 늘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절제가 유일한 대안이겠지만 개인적인 결단이 얼마나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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