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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쓸모없어 소중한

by 장돌뱅이. 2022. 1. 22.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무슨 용건이 있어서
만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빚 갚을 돈을 빌려주지도 못하고
승진 및 전보에 도움이 되지도 못하고
아들딸 취직을 시켜주지도 못하고
오래 사귀어보았자 내가
별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는 오래전에 깨달았고
나도 그것을 오래전에 알아차렸다
그래도 내가 모른 척하는 것을
그도 오래전에 눈치챘을 터이다
만나면 그저 반가울 뿐
서로가 별로 쓸모없는 친구로
어느새 마흔다섯 해 우리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 김광규, 「쓸모없는 친구」 -


코로나 대유행이 만 2년을 지났다.
손자를 보는 틈틈이 산책을 하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가끔씩은 짧은 여행을 하며 지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만들 수 있는 요리 종류도 늘어났다. 책도 이전보다 좀 더 읽은 것 같다. 
영상으로 비대면 강좌도 몇 개 들었다.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쓸모없는'친구들과 만남이 뜸했던 것은 아쉬움이다.
 '쓸모없이' 혹은 '쓸모가 없어서' 오래 만났고, 앞으로도 만나는 목적이 그냥 얼굴 보는 것뿐일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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