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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마늘과 양파

by 장돌뱅이. 2022. 3. 29.

대부분의 우리나라 요리에는 마늘이 들어간다. 마늘은 각종 찌개와 국, 조림과 무침에 감칠맛을 더해주고, 생선 비린내나 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준다. 삼겹살이나 생선회 쌈에 생으로도 넣어먹는 우리 음식 문화의 '멀티플레이어'다. 또한 단군신화에도 나올 정도로 역사가 오랜 채소로 예부터 강한 냄새 빼고는 백 가지 이로움이 있다고 하여 '일해백리(一害百利)'라고 했다. 맛뿐만 아니라 몸의 신진대사를 높이고 살균작용과 발암물질 생성을 차단하는 기능도 있어 대표적인 건강식품의 하나로 꼽힌다.

아내는 해마다 6월 경이면 햇마늘을 구입하여 낱개로 알알이 분리해서 수분을 말린 후 신문지로 싸고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을 한다. 일부는 다져서 지퍼락에 담아 냉동실에 넣는다. 마늘장아찌를 담그기도 한다. 오이지나 고추 장아찌처럼 제철에 일년 먹을거리를 장만해 두는 것이다. 부엌일을 하면서 나는 공통의 양념과 밑반찬이 준비되어 있다는 게 얼마나 편리하고 든든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마늘로 매운소스와 간장소스를 만들어 새로운 음식에 적용하여 보았다.
마늘에 고춧가루 간장 맛술 참치액젓 생강 등을 넣어 만든 매운 소스는 여러 음식에 활용할 수 있다. 딸아이에게도 나누어주었다. 간장소스는 이름 그대로 간장과 설탕, 멸치육수 등으로 만든다.

찐마늘 무침
마늘 매콤 소스 떡볶이
숙주간장비빔국수

양파는 마늘만큼이나 우리 음식에 자주 쓰인다. 네모지게 썰어서 된장찌개에 넣기도 하고, 얇게 채 썰어 여러 가지 샐러드에도 사용한다. 용도에 따라 작게 다져서 쓰기도 한다. 양파를 다룰  때 눈물이 난다. 물론 안 날 때도 있다. 아마 양파의 종류에 따라 그런 것 아닐까 짐작해본다.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는  "양파를 다지면서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다면 자그마한 양파 조각을 머리에 얹는다"고 나와 있다. 정말일까? 다음에 실제로 시도해 보아야겠다. 언젠가 딸아이는 수영 물안경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알려주었다. 물안경 쓰고 요리하는 모습은 익살스럽게 상상된다.

아래 네루다의 시처럼 고통 없이 괴롭히지 않고도 우리를 울게 하는 양파, 그래도 매콤달콤한 양파의 맛을 음식에서 뺄 수 없다.


나는 또 기억하리라, 너의 영향이 / 어떻게 샐러드의 사랑을 북돋우는지, / 하늘은 네게 섬세한 우박의 형태 부여하며 / 반으로 잘린 토마토 위 / 잘게 썰린 너의 투명함을 / 찬양하는 데 기여하는 것만 같다. / 그러나 민중의 손이 / 닿는 곳에서, / 식용유가 끼얹어지고, / 약간의 소금이 / 뿌려진 채, / 넌 고된 길을 가는 날품팔이의 / 허기를 달랜다. / 가난한 사람들의 별이여, / 고운 종이에 / 싸인 / 요정 대모여, / 넌 천체의 씨앗처럼 / 영원하고, 옹글고, 순결하게 / 땅에서 고개를 내민다. / 부엌칼이 / 널 자를 때 / 하나뿐인 고통 없는 / 눈물이 솟는다. / 넌 괴롭히지 않고도 우리를 울게 했다.
 
- 파블로 네루다의 시, 「양파를 기리는 노래」 중에서 -

양파당근스프
닭고기양파채소볶음
등갈비양파채소조림

익숙한 음식은 익숙해서 만들기도 먹기도 편안하다. 새로운 음식은 부엌에서 밥상까지 약간의 서툼과 어색함을 동반하지만 예상하지 않았던 기쁨과 성취감을 더해준다. 새로운 대화를 부르고 새로운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 가끔은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음식을 찾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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