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은 11월에서 12월에 걸쳐 열린다. 지금까지는 6월에 시작했지만 카타르의 여름철 온도가 40도 이상까지 치솟아 옮긴 것이라고 한다.
어제 새벽에 조추점이 있었다.
알려진 대로 우리 팀은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 와 한 조를 이루었다. 우리 축구가 아시아에서는 강자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최약체 군에 속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무난하다는 이번 조편성에서도 FIFA 랭킹으로 볼 때 다음 라운드 진출은 어렵다.
그런데도 월드컵 때마다 그랬듯 이번에도 언론에서는 16강 진출 가능성을 들먹인다. FIFA 랭킹이 객관적 지표일 수 없다거나 '공은 둥글다'는 축구의 고전적인 격언(?)을 내세운다. 지난 월드컵에서는 '아무도 우리 팀에 신경을 쓰지 않기에 오히려 사고치기 좋다' 식의 황당한 궤변을 내세우기도 했다. (* 지난 글 참조 : 행복하게 월드컵 보기 )
16강 진출이 안 되면 감독의 작전과 선수들 경기력에 무자비한 비판과 비난이 이어진다. 전가의 보도인양 매번 그놈의 정신력 타령을 꺼내든다. 축구를 넘어 이른바 '신상털기'로 개인의 사생활까지 도마에 올리는가 하면 심지어는 외모나 가족까지 표적으로 삼기도 한다. 그걸 4년마다 반복한다.
나는 축구 대표팀을 청룡팀이라 부를 때부터 경기장을 들락거렸다. 지금도 손흥민은 물론, 조영욱과 이동경, 이승우와 이강인의 팬이고 프로축구팀 FC서울를 응원한다. 열렬 축구팬으로서 다른 사람들만큼 우리 팀의 승리를 바란다.
치맥과 함께 "대 ∼한∼민∼국!"을 외칠 준비도 항상 되어 있다.
하지만 아내와 내겐 아시아 지역 예선 통과로 이미 즐거움은 충분하다. 그래서 월드컵 본선의 첫 경기를 항상 16강이라 생각하며 본다. 본선 진출로 3경기는 확보되어 있으므로 그다음 경기는 8강, 그다음 경기는 4강으로 여긴다.
만약에 '진짜' 16강에 진출하면 결승전이 되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갑자기 능력 이상의 슈퍼맨이 되라고 강요할 필요와 권리는 없다. 승리를 위한 고심과 땀방울을 폄하하자는 게 아니다. 스트레스는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맡겨두고 팬들로서는 그저 즐기자는 말이다. 사람 죽이는 전쟁과 찌질한 정치의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답답함과 고달픔을 잠시 내려놓고 쉬어갈 수 있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에 과도한 몰입과 흥분은 우습지 않은가.
올 겨울쯤이면 코로나도 기세가 미미해질 거라는 희망 속에 이제 막 축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손자와 길거리 응원을 꿈꿔 본다. 날이 더 푸근해지면 우선은 겨울 월드컵 때문에 일정이 앞당겨졌다는 K리그 나들이부터 함께 해보아야겠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지 맛을 알면 어른? (0) | 2022.04.07 |
---|---|
영화『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 (0) | 2022.04.04 |
소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0) | 2022.04.01 |
마늘과 양파 (0) | 2022.03.29 |
피어나는 봄 (0) | 2022.03.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