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가지 맛을 알면 어른?

by 장돌뱅이. 2022. 4. 7.

'가지가 좋아지면 어른이 된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럴듯하다.
어릴 적 밭에서 따먹었을 때 아린 맛과 스펀지를 씹는 것 같은 식감에 한두 입을 대보곤 던져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어머니가 가지 요리를 만들어 상에 올려도 물컹한 게 싫어 젓가락을 멀리했다. 
요즘 일곱 살의 손자친구도 가지를 권하면 고개를 도리질친다.

아내는 어릴 적부터 내가 싫어하는 생가지의 비릿한 듯 아린 맛이 좋았다고 한다.
종종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와 싫어하는 이유는 같다. 
아내와 내가 향 때문에 오이를 좋아하는데 딸아이는 바로 그 향 때문에 오이를 싫어하는 것처럼.

쿠알라룸푸르 식당 "비쟌"의 가지

이제까지 아내와 내게 가장 맛있었던 가지 요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의 퓨전 푸드 식당 "비쟌 BIJAN"에서 경험했다. 졸깃하고 구수해서 2번이나 추가해서 먹었다.
일본의 가지 튀김도 좋다. 가지에 가늘게 칼집을 넣어 기름과 접촉 면적을 크게 만들어 바삭하다. 
튀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어한다지 않던가. 나도 그렇지만 특히 아내가 그렇다.


언젠가부터 시나브로 집에서도 가지를 먹게 되었다. 아내를 따라서 이젠 나도 좋아한다. '가지가 좋아지면 어른'이라는 말에 견주면 아내는 일찍 철이 들었고 나는 이제야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겠다. 

인도가 원산지라는 가지는 원래 식용이 아니라 관상용이었다.
크기도 지금보다 작아 고추 만했다고 한다.
책과 인터넷 속의 가지 요리를 찾아보는 대로 만들어 보았다.

가지냉국과 가지나물만 있는 줄 알았던 가지 요리도 알고 보니 무척 다양했다.

"우와! 이건 또 뭐야!"
새로운 음식을 만들면 아내는 맛보기 전부터 과장된 감탄사로 나의 노력을 치하한다. 
그 소리가 듣고 싶어 나는 자꾸 새로운 음식을 기웃거리게 된다.
이탈리아나 일본에는 더 많은 가지 요리가 있다고 한다.
음식의 세상도 넓고 만들 음식은 많다. 그리고 즐거움도 많다.

가지볶음
가지조림
가지냉국
가지무침
가지돼지고기볶음
가지튀김짜장소스
가지마파
가지들깨볶음
가지구이무침
가지데리야키덮밥
가지된장소스덮밥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0) 2022.04.11
펑펑펑  (0) 2022.04.08
영화『막달라 마리아: 부활의 증인』  (0) 2022.04.04
2022 카타르 월드컵  (2) 2022.04.03
소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0) 2022.04.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