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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복달임

by 장돌뱅이. 2022. 7. 28.

오리백숙과 찰밥

초복에 일이 있어 분당 서현동에 갔다.
그곳 "정가네 능이백숙"이란 식당에서 오리백숙으로 복달임을 했다.
오리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이 식당의 백숙은 좋아한다.
백숙보다는 찰밥을 더 선호하긴 하지만.

항정살구이 덮밥

중복 복달임은 서울 성수동에 있는 "대낚식당"의 항정살덮밥이었다. 원래는 대창덮밥을 먹으려 했는데 재료가 소진되었다 하여 차선으로 선택한 음식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말복엔 사 먹지 말고 삼계탕이라도 직접 끓여 가족과 나누어야겠다.

복날은 ‘양기가 음기를 누르고 승한  날’이라고 한다. 그래서 뭐? 하고 물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양기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음기가 서린(?) 음식을  더 먹으라는 얘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음식에도 그런 게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아는 게 없다. 그게 복달임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말인지조차 모른다. 옛날과 달리 영양 과잉인 요즘에  특별히 더위를 이길 목적의 영양식은 무의미해 보인다.  내게 복날은 그저 덥다는 생각과 함께 재미 삼아 평소와는 좀 다른 특별식을 먹는 날일 뿐이다. 

우리 선조는 복달임으로 삼계탕, 개장국, 육개장, 임자수탕, 적소두죽을 즐겨 먹었다.
조선시대 개장국은 서민들의 복달임이고 돈이 있거나 벼슬이 있는 사람들은 개고기 대신 쇠고기 양지머리를 푹 고아서 만든 육개장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임자수탕(荏子水湯)은 주로 궁중과 양반가에서 여름철에 먹었던 보양식이다. 차게 식힌 닭육수와 볶은 깨를 갈아 섞어 면이나 체에 걸러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닭고기, 달걀지단, 오이채, 미나리, 표고버섯 등의 고명을 취향에 따라 얹어 먹는다. 요리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한 들깨를 임자(荏子)라 불렀기에 임자수탕이란 명칭이 붙었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할 것 같아 한 번 만들어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다.

‘적소두죽(赤小豆粥)’이라 불리는 붉은 팥죽도 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복달임이라고 한다. 동지 팥죽만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의외였지만 ‘복날 죽을 쑤어 먹으면 논이 생긴다’는 말이 있을 만큼 대표적인 복달임이었다. 팥죽을 먹으면 악귀를 쫓고 병치레 없이 잘 지낼 수 있다고 믿기도 했다.


삼계탕과 개장국이야 복달임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달리 설명이 필요 없겠다.
같은 주재료인 닭을 쓰면서도 삼계탕과 다르게 차갑게 조리해 먹는 초계탕은 뒤늦게 유행된 복달임이다. 초계탕은 식초를 가미한 새콤한 닭육수에 가늘게 찢은 닭고기를 넣어 차갑게 먹는 음식이다. 그 시작은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홍씨가 즐겨 먹은 데에서 유래되어 이후 궁중에 행사 음식으로 차려지던 것이 일제강점기 이후 대중적인 복달임 메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조선시대 서민의 복달임이었던 개장국은 『경도잡지』,『동국세시기』, 『조선세시기』 등에서 ‘구장’으로 불리며 당대의 시절 음식으로 묘사되어 있다. 문헌에는 개장국에 죽순과 고춧가루를 타 먹으며 땀을 흘리면 더위를 쫓고, 허한 기운을 보충한다고 기록되는 등 요리법과 효능도 제시되어 있다. 『동의보감』에는 개고기가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기력을 증진한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개장국은 ‘보신탕’, ‘사철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바뀌어 뜨끈하게 즐기는 복달임 음식으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고기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의 등장으로 문화의 상대성을 논할 때 어김없이 언급되는 단골손님이 되기도 한다.

‘하삭음(河朔飮)’도 재미있는 복달임 중 하나이다. 조선시대 한량들은 계곡에서 술을 취하도록 마시며 더위를 잊는 ‘하삭음’ 놀이를 즐겼다고 하는데, 연꽃으로 술잔을 만들어 마셨다는 낭만적인 이야기도 덧붙여 전해진다. 계곡에서 탁족을 하며 맛난 음식을 먹는 풍습이야 여름철이면 지금도 흔하다. 
(*문화재청의 복달임에 관한 글을  참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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