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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매미 한 마리

by 장돌뱅이. 2022. 7. 26.

장맛비에 잠시 물러나 있던 무더위가 성큼 다가온 아침.
방충망에 매미가 붙어 있다. 짝을 부르는 일에 골몰해서인지 베란다 문을 열어도 놀라 달아나지 않는다. 아래쪽 아파트 정원의 나무에서도 매미들이 합창으로 울어댄다.

매미는 7년을 땅 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탈바꿈을 하여 단 7일을 산다.
인간이 70년 넘는 시간 동안 겪는 희로애락을 매미는 그 짧은 시간에 압축하여 치러내는 것일까?
울음소리가 맹렬하다.

며칠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12월 25일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관측한 사진을 공개했다. 지구로부터 46억 광년(1광년은 9조 4607억 km) 떨어져 있는 ‘SMACS 0723’라는 은하단의 모습이라고 한다. 가운데 강한 빛의 가장자리에 보이는 휘어진 붉은빛은 SMACS 0723보다 훨씬 더 멀리 떨어진 약 135억 년 전의 초기 우주에서 온 빛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46억 광년이니 135억년이니 하는 물리적 수치가 너무 커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저 상상할 수 없는 시간과 거리를 담은 사진이 전체 우주에 비하면 모래알 하나의 크기일 뿐이라니! 지구는 거기에 대면 점 하나만 하겠다. 그 속에 우리의 존재와 삶의 시공간이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더 작은 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아침, 짧은 생을 살다 가는 작은 매미들의 절박하고 치열한 외침 앞에 생은 덧없다 함부로 잘라 말하기 힘들다. 아니 짧고 덧없음으로 오히려 생과 소멸이 더 진하고 찬란해진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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