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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손자친구의 수수께끼

by 장돌뱅이. 2022. 7. 29.

장 프랑수아 밀레 「첫 걸음마」,1858


가끔씩 손자와 수수께끼를 주고 받는다.
주로 내가 문제를 낸다. 손자는 생각이 날 때마다 낸다.
손자가 답을 몰라 꾸물거릴 땐 곁에 있던  아내가 지나가는 말처럼 다른 곳을 보며 답을 흘려 준다.

"세상을 한번에 다 가릴 수 있는 건?"
- 눈꺼풀

"아픈 데도 없는데 매일 병원에 가야 하는 사람은?"
- 의사

"내가 내는 소리지만 나는 못듣는 말은?"
- 잠꼬대

"들어갈 땐 짐을 잔뜩 싣고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다 버리고 빈 몸으로 나오는 것은?"
- 숟가락

"일주일에 한번 빨간 옷을 입는 날은?"
- 일요일

"매일 쓰기만 하고 읽지는 못하는 것은?"
- 모자

"사람들을 다 일어서게 하는 숫자는?"
- 다섯

"내 것인데 남이 더 많이 쓰는 것은?"
- 내 이름

"얼굴은 여섯이고 눈은 스물하나인데 잘 뒹구는 것은?"
- 주사위

"앉으면 보이고 서면 보이지 않는 것은?"
- 발바닥

"많이 모아도 결국 버리는 것은?"
- 쓰레기

어제 저녁엔 손자가 "잠깐, 생각이 났어!" 하더니 문제를 냈다.
"매일매일 봄처럼 따뜻한 곳은?" 
- ???··· 음 뭐지? 힌트는?

"힌트는 없어요. 힌트를 주면 금방 알아요."
- 집 밖에 있는 곳이야?

"아니요."
- 그럼 집 안에 있는 곳이야?

"말해 줄 수 없어요."
- ???···  니 방? 아니고? ··· 기권!
"답은 바로 바로 집! 그냥 우리집!"

마음이  조금 뭉클해졌다는······
(아마 어디선가 읽었거나 들은 얘기리라.
그래도 나름 긍정을 했기에 인용을 했을 것이다.
따지고보면 어른들 생각도 홀로 독창적인 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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