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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그 해의 기억으로

by 장돌뱅이. 2024. 5. 26.

하나가 열이 되고 열이 백 되고
백이 천이 만이 십만 백만 되고 천만 되는
다시 천만 백만이 이윽고 하나 되는
덧셈도 뺄셈도 곱셈도 나눗셈도 아닌 이것
그 어느 교과서 셈법책에 없는
하늘의 별 하나가 깜빡거리자
열개의 별이 같이 깜빡이고
열개의 별이 백개가 천개가 만개가 십만개가
일제히 반짝이고
백만개가 천만개가 일제히 반짝이고
다시 천만개의 별이 백만개로 십만개로 만개로 천개로
이윽고 하나로 타올라 찬란하게 반짝이는
덧셈도 뺄셈도 곱셈도 나눗셈도 아닌 이것
그 어느 교과서 셈법책에 없는
이것은 땅을 하늘로 만들고
바다로 만들고 거대한 파도로 만들고
하늘에 고래를 날게 하고
하늘을 땅으로 만들고 
땅과 하늘 하나가 되고
땅에 별들을 내리게 하여
아득한 밤을 환한 대낮으로 
언 겨울을 봄으로, 봄으로 꽃피게 하고
막힌 장벽 타넘고 뛰어넘는
어두운 인류의 새 길을 여는
그대 백만 천만 촛불을 몇만이라 하는
곱자를 들고 구부려 땅을 재며
사람 수를 곱하려는 옹색한 그대
이것은 곱자가 아니라네
곱셈이 아니라네
셈법책이 아니라네
그대의 셈법은 셈법책에 있지
이것은 순결
위대한 인간의 순결이라네
그대 가슴조차 열어젖히는
이것은 가슴과 가슴의 간곡한 연대
인간이 내디딘 장엄한 행렬
서기 2016년 인간의 역사
12월 위대한 인간의 역사

- 김명수, 「촛불셈법」 -


그해 겨울에도 아내는 '광화문 촛불'에 열심이었다.
이번에도 아내는 분노와 함께 투지를 보인다. 
아니,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려나.

유명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높은 집회 뒤켠에 아내와 앉아 거대한 군중의 파도에 머리와 함성 둘씩을 보탰다. 나는 아직 몸이 성치않은 아내를 응원하듯 소리를쳤다.

"야, 이제 니들 끝났어! 이런데도 곱단이가 출동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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