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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김밥 이야기

by 장돌뱅이. 2024. 5. 28.

아내가 만든 음식 중에 손자저하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소갈비찜과  만둣국, 그리고 김밥이다.
내가 만든 음식도 좋아하지만 아내의 실력은 넘사벽이다.
김밥은 먹기에는 간단하지만 사실 재료 준비가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
우엉, 맛살, 오이, 단무지, 햄, 어묵, 달걀은 자르고 볶고 부쳐야 한다.
밥을 참기름과 비벼 준비가 끝나면 비로소 김밥을 말아서 일정한 두께로 썰게 된다. 


김밥은 일본의 후토마키(ふとまき/太巻き)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전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후토마키와 우리의 김밥은 맛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 김밥엔 위의 재료 이외에 소고기, 참치, 깻잎, 시금치, 당근두부, 유부, 버섯, 진미채, 파프리카, 풋고추, 고추장 등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된다.
후토마키도 다양한 변종이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일본식 초밥에 달걀말이, 박고지, 표고, 소보로(생선살 보푸라기), 시금치 등이 들어간다.
일본에서 후토마키는 식당마다 있으나  후토마키만을 파는 식당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히 '김밥천국'이라 할 만큼  수많은 김밥전문점이 있다.

김밥이 일본에서 유래되었다고 해서 우리 김밥을 평가절하 할 필요는 없다. 
김밥은 김밥이고 캘리포니아롤은 캘리포니아롤이고 후토마키는 후코마키다.
'한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은 그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로 가름되지 않는다.'
모든 문화란 받아 들이는 것이고 섞이는 것이고 재탄생하는 것이다.

아내의 김밥 이야기를 하다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그냥 아내의 김밥은 언제나 맛있어 손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한다는 자랑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썰고 남은 꼬투리를 특히 좋아한다. 
재료들이 들쑥날쑥 삐져나온 것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시속 물정 모르는 스님 하나
김밥천국 들어오신다


원야김치 참누모 ? 이 뭣고 ?
조채치즈 치드듬 ? 이 뭣고 ?
김김김김 김김김 ? 이 뭣고 ?
밥밥밥밥 밥밥밥 ? 이 뭣고 ?

1 1 2 2 2 2 2 ? 이 뭣고 ?
0 5 0 0 0 0 8 ? 이 뭣고 ?
0 0 0 0 0 0 0 ? 이 뭣고 ?
0 0 0 0 0 0 0 ? 이 뭣고 ?

어려운 천칠백 공안 다 풀어봤지만

저잣거리 분식집 이 난해한
칠언절구와 난수표, 다 뭣고 ?

세로쓰기를 가로로 읽으며
이 뭣고? 거듭하다 몰록 깨달아
법열에 겨워 소리친다

'보살님? 떡라면에 원조김밥 추가!'


터진 옆구리
라면 가닥 같은 골목길
김밥천국 유리창에 나부낀다.
‘삶은 계란’도 있어요

- 반칠환, 「김밥천국, 라면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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