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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귀여운 '애완채(愛玩菜 ?)'

by 장돌뱅이. 2024. 5. 23.

 

집에서 가까운 한강 둔치에서 열리는 축제에서 상추 화분을 두 개 사 왔다.
이미 상추가 북실북실하게 자라 있는 상태였다. 
집에 가져온 지 며칠 안 돼서 상추를 뜯어 샐러드를 만들었다.
두부와 간장, 식초와 참기름 등을 갈아 넣은 두부소스로 버무렸다.

서울 근교로 귀촌한 누나는 텃밭에서 키운 작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너무 예뻐서 원래 하려고 했던 도자기 제작을 포기하고 밭농사에 빠져 들었다. 집에서 며칠 물을 준 것이 전부인 작은 화분 두 개로 너무 수다를 떠는 것 같지만 누나의 그런 감정과 결단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트에서 재료로 사 올 때와는 상추를 만질 손의 촉감도 다른 듯했다.
상품이 아니고 귀여운 생명체를 만지는  느낌이랄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내 생명의 유지를 위해 다른 생명을 취한다는 것이다. 매일의 밥상에서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위해 희생된 다른 생명들의 몸을 만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 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운명이다. 삶 쪽에 있고자 하는 한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나의 하루는 하루분의 내 생명을 위해 공양된 뭇 생명을 통해서만 살아진다. 내 몸 역시 언젠가 그렇게 공양될 것이므로 이것은 평등하다. (김선우의 글 중에서)

며칠 뒤면 또다시 자라난 상추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땐 무슨 음식에 써야 할까? 아침마다 햇빛을 받게 해 주고 물도 주면서 얼마나 컸나 하는  조바심으로 '애완채(愛玩菜 ?)'인 상추를 지켜보는 일이 자못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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