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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도서관

by 장돌뱅이. 2022. 9. 8.


책장 속 책을 줄여가기 시작하면서 새 책을 거의 사지 않는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거나 필요한 경우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도서관은 큰 복이다.

모처럼 간 도서관이라 욕심을 내서 여러 권의 책을 빌렸다.
아내가 좋아할 만한 책이라 생각되는 책도 한 권 골랐다.
그런데 아내는 책을 읽다가 언젠가 읽은 책 같다고 했다.
대출 기록을 뒤져보니 정말 그랬다. 아내는 그래도 상관없단다.
어차피 세부 내용은 거의 생각나지 않으니 처음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란다. 
나도 아내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표시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점점 우리 서로 얼굴조차 못 알아보게 되는 거 아녀?"

그날까지 내게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내다가 도서관의 책처럼 조용히 반납되어져야 할 텐데······ 


다소곳한 문장 하나 되어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물녘 도서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거구나
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얌전히 닫힌 입

애써 밑줄도 쳐보지만
대출 받은 책처럼 정해진 기한까지
성실히 읽고 깨끗이 반납한 뒤
조용히 돌아서는 일이 삶과 다름없음을 

나만 외로웠던 건 아니었다는 위안
혼자 걸어 들어갔었는데
나올 땐 왠지 혼자인 것 같지 않은
도서관

- 송경동, 「삶이라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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