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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추석 보내기

by 장돌뱅이. 2022. 9. 11.


지인에게 잠시 카톡을 쓰는 중에 초인종이 울렸다.
'저하'이자 '친구'들이 온 것이다.
일단 그들이 오면 짧은 카톡을 쓰는 것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오로지 그들에게 전념하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혹시나 해서 예정보다 조금 빨리 잡채와 닭요리 등의 음식을 만들어 둔 것이 다행이었다.

큰손자는 예전에 없던 바둑판을 들고 왔다. 오목으로 이미 강호를 평정한 듯한 기세였다.
둘째는 오목을 두는 방으로 쫓아와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잠시 아내 돌봄을 딸에게 맡겨두고 밖으로 나가 그들과 그네를 타고 공놀이를 했다.
그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맑은 하늘로 퍼져 올랐다.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Track : Lovely Kids - https://youtu.be/bTCToHuUZSA

저녁을 먹고 달을 보며(구름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소원을 빌었다.
큰손자는 두 가지 소원을 빌었다고 했다. 첫 번째 소원은 비밀이지만 두 번째는 '할머니가 내일 아침에 벌떡 일어나게 해달라'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들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틀어놓고 가히 광란의(?) 댄스파티를 벌였다.
첫째는 소파와 침대와 의자를 뛰어다녔고 둘째는 제자리에서 뛰다간 뒹굴기도 했다.

남은 한 방울의 에너지까지 모두 방출한 뒤 그들은 집으로 향했다.
차가 출발한 지 오분이 안 되어 충전 모드에 들어갔다고 딸이 사진을 보내왔다.
그들이 떠나고 아내와 나만 남은 집에는 갑작스럽게 '음소거 모드'에 들어간 듯 적막이 깊어졌다.
손자들은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 하지만 아내와 내겐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들이 머무는 동안 보여준 행동과 말을 오래 복기하며 애틋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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