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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미국 서남부 지역4 - CARLSBAD 동굴 국립공원(끝)

by 장돌뱅이. 2012. 5. 21.


*위 사진 : BEST WESTERN STEVENS INN

간밤엔 CARLSBAD의 BEST WESTERN STEVENS INN에 숙소를 정했다.
CLOUDCROFT를 지나 100마일쯤 동진을 하다가 ARTESIA라는 곳에서
길을 바꿔 285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다 만난 곳이었다.
하루 동안 500마일(800KM)을 달려왔더니 운전이 지루해지며
몸이 꼬이는데다가 허기까지 밀려올 무렵이었다.

날이 저문 지도 꽤 오래었고 다음 일정으로 잡은 CARLSBAD CAVERNS NATIONAL PARK
(이하 CAVERNS)가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으니 더 이상 갈 필요도 없었다.
중저가의 체인점인 BEST WESTERN은 잠만 자고 떠나기에 불만이 없을 숙소였다.
샤워를 하고 저녁밥을 해먹자 노곤함이 밀려왔다.


*위 사진 : CARLSBAD CAVERNS NATIONAL PARK 입구

CARLSBAD 남서쪽 20마일 정도의 거리에 있는 CAVERNS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동굴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미국은 가는 곳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풍경으로
우리를 압도하곤 했다. 이곳 동굴이 또한 그렇다고 해서 새삼 놀랄 일은 아니었다.

전날의 여독을 잠으로 풀고 느긋하게 CAVERNS에 갔더니 RANGER-GUIDED TOUR는
모두 예약이 끝나 있었다. ‘EARLY BIRD’였다면 가이드를 따라 KINGS PALACE 라고
불리는 동굴 내 또 다른 비경을 볼 수 있었겠지만, 세계 최대의 동굴답게 안내자 없이
혼자서도 갈 수 있는 또 다른 기본적인 공간도 충분히 넓었으므로 그다지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위 사진 : 해마다 오월경이면 수많은 박쥐들이 이 동굴로 몰려
               들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우리는 NATURAL ENTERANCE ROUTE를 따라 동굴로 들어갔다.
관람객을 위한 최소한의 조명만을 밝힌 길을 따라 1마일 정도를 걸어 내려가면
BIG ROOM 이라는 문자 그대로 넓은 지하공간에 도착하게 된다.
지상으로부터 수직으로는 750피트를 내려온 곳에 걸어서 1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둘레를 지닌 어마어마한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곳은 우리가 ‘상상하거나 혹은 상상할 수 없는 갖가지 형태의 자연 조각품’들로
가득하여 눈이 즐거워진다. 수백만 년에 걸쳐 지하수가 석회암지대를 녹여서 만들어낸
작품들이라고 한다.

동굴은 자신의 속살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주는 순간 상처를 입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어두웠던 공간에 인위적인 조명을 밝히는 것부터 어둠이라는 동굴만의 고유한 특성을
파괴하는 것이 된다. 거기에 관람객들이 내뿜는 열기와 습기로 동굴은 점차 자정 능력을
잃게 된다. CAVERNS도 개방 이래 종유석과 석순의 95%가 그 성장을 멈추었다고 한다.

개방이 없다면 아내와 내가 그 장엄한 자연의 경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없었겠지만
말이다. 결국 보존과 개발의 문제는 자연에 대할 때 우리가 아무리 고민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없는 화두가 되겠다.

동굴 관람을 마치고 주차장의 차 속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점심을 먹었다. CAVERNS 관람으로 이번 여행의 주요 일정이 거의 끝난 셈이다.
이제는 어떻게 샌디에고의 집으로 돌아가는가 하는 문제만 남았다.
잠시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도시인 엘패소 EL PASO나 오는 길에 지나쳤던
LAS CRUSES에서  하룻밤을 지낼까 고민을 하다가 투싼의 패티할머니 집으로 마음을 잡았다.
전화를 걸었더니 예의 그 자지러지는 듯한 반가움으로 마침 방이 여유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다정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 패티할머니 집을 향해 출발을서둘렀다.
CAVERNS로부터 텍사스주를 거쳐 가는 400마일이 넘는 거리였다.
이 날 저녁은 패티할머니는 우리에게 본체에 있는 예쁜 방을 배정해 주었다.

개운한 잠을 자고 난 이튿날에 할머니는 집의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었다.
오래 전에 이혼을 하고 혼자 숙소인 EL PRESIDO를 운영하며 사는 할머니는 집안 이곳저곳에
여전히 남편의 물품과 시집 식구들의 사진을 진열해 두고 있었다.

‘좋았던’ 남편은 ‘좋은’ 둘째 부인을 만나 샌디에고의 코로나도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이혼을 하고나면 ‘그 지긋지긋한 웬수’라는 표현이 나와야 맞을 것 같은데 의외였다.
그런데 왜 이혼을 했느냐고 묻지는 못했다. 부부가 평생을 함께 하지 못하고 헤어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만남이 그랬듯 헤어짐도 서로의 행복을 위해 패티할머니가 내린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믿고싶었다.

짧은 재회가 끝나고 집으로 출발하는 시간.
패티할머니는 아내를 여러 번 포옹하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우리는 SAGUARO 선인장에 꽃이 필 무렵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의 건강함을 빌며 BED & BREAKFAST 홈페이지에
EL PRESIDO에 대한 짧은 평을 올렸다.

“WHAT A WONDERFULLY HOSPITABLE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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