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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앗싸라비아 콜롬비아

by 장돌뱅이. 2022. 10. 4.

손자친구와 수수께끼를 자주 주고받는다.
영상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요즘 들어선 거의 매일 한다.

몇 달 전에 난센스 퀴즈를 내보았다.
"물은 물인데 못 먹는 물은?"
"썩은 물! 상한 물! 더러운 물! 대장균이 있는 물!"
모두 고개를 젓자 모르겠다고 항복을 했다.
"답은 바로바로 괴물!"
그러자 친구는 강한 항의를 했다.
"할아버지, 물은 액체인데 괴물이 액체예요?"
친구는 난센스 퀴즈의 말장난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말장난의 재미를 깨달았다.
"감은 감인데 못 먹는 감은?"
"영감!"

"이상한 사람들이 가는 곳은?"
"치과!"
친구는 특히 이 퀴즈를 곱씹으며 재미있어했다.
'이상한'과 '이 상한'의 함정이 만드는 묘미를 알게 된 것이다.


어제 딸아이가 연휴 중 지인의 농장에 가서 캔 고구마를 가져왔다.
손자친구도 직접 몇 개를 캔 모양이었다. 아내는 친구에게 수고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친구가 새로운 게임을 가져와 하는 중에 처음 들어 보는 말을 구사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패가 나오거나 실수를 했을 때 "오마이 가스레인지!"를 외치는 것이었다.
'오마이 갓'의 변용으로 친구는 매우 '신박한' 말을 구사했다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은근히 내가 재미있어 하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나도 같은 상황일 때 외쳐주었다.
"오마이 가스레인지!"


한 번은 친구가 아빠(사위)에게 뜬금없이 물었다고 한다.
"콜럼비아에는 닭이 많아요?"
"??? ··· 그렇겠지. 그 옆 브라질에도 많고."
사위는 콜럼비아에 특별히 닭이 많은 지는 몰랐지만 닭 없는 나라는 없을 테니 어정쩡히 대답을 했다.
그러자 친구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앗싸라비아 콜럼비아 닭다리 잡고 삐약삐약 하는 거구나!"
요즘 유치원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라고 한다.

친구가 다녀가면 집은 온통 초토화가 된다. 이제는 2호까지 가세하여 정도가 더 심하다. 거실과 소파와 방과 침대와 부엌까지 온갖 물건들을 마구 헤쳐놓은 상태가 된다. 그래도 친구들의 웃음과 몸짓이 잔영으로 어른거리는정적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마음이 깨끗하고 맑은 물 에 씻긴 듯 개운해진다.

집으로 돌아간 손자는 다시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우리는 종이에 초성 자음을 적어 보여주며 동물 이름 알아맞히기를 했다.
"ㄱㄱㄹ?"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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