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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추억의 독서 9

by 장돌뱅이. 2022. 10. 5.

10. 핵무기

20세기의 가장 큰 '정치적 사건'은 볼세비키혁명이었고 가장 중대한 '기술적 사건'은 핵무기 개발이었다. (···) 미국은 나치독일보다 먼저 핵무기를 확보해야 한다거나 태평양 전선에서 일본군과 싸우던 미군의 희생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최초의 핵폭탄을 제작하고 사용했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미군 B29 폭격기가 떨군 폭탄은 570미터 상공에서 터졌다. 사람들이 섬광에 눈을 감았다가 뜨자 도심 전체가 사라지고 없었다. 8월 9일에는 나가사키에서 똑같은 일이 다시 벌어졌다. (···) 두 곳에 사용된 폭탄은 훗날 미국과 소련이 만든 메가톤급 폭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았는데도 히로시마 주민의 38%인 16만 명과 나가사키 주민의 27%인 7만 5천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두 도시에는 징용·징병·정신대 등으로 끌려간 조선인이 10만 명이나 있었는데, 둘 중 한 명꼴로 직간접 피해를 입었다. 생존자들은 평생 빈혈·갑상선장애·폐암·혈액암 따위의 방사능 병을 앓았다.

(* 이전 글  참조 : 나가사키 평화공원)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2

전차역 마쓰야마마치(松山町) 바로 앞에 평화공원(へいわこうえん)이 있다. 나가사키 하면 떠오르는 원자폭탄 - 그 낙하 중심지와 주변에 조성된 공원이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엄청난 비극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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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비극 이후에도 강대국의 '누가 더 여러 번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가'의 경쟁은 가속되었다.

소련은 '핵 균형'을 이루어야 세계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냉전시대 내내 두 나라는 서로가 서로의 공격을 억제한다는 명분을 들먹여 핵전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역사에서 군비확장 경쟁은 언제나 전쟁으로 귀결됐다. 핵무기 경쟁이라고 해서 완전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두 나라 지배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핵무기 경쟁을 이용했다. 미국 국방부와 군부, 무기 생산과 연구 개발로 막대한 연방 예산을 나눠 가진 군수산업 자본가, 핵 경쟁을 정당화 하면서 국방부의 지원금을 챙긴 연구단체의 전문가, 그들을 대변하는 정치인들, 군부와 산업계를 연결한 로비스트, 그 모두를 구성요소로 하는 군산복합체가 미국의 여론과 정치를 좌우했다. 그들은 고르바쵸프가 과감한 핵무기 감축을 제의했는데도 선뜻 응하지 못하게끔 레이건과 부시 대통령에게 압력을 넣었다.

지난 우리 대선에 한 후보가 발언한 '전술핵 배치와 핵 공유', '사드 추가 배치와 선제타격'은 우리를 경악시켰다. 뒷골목 불량배처럼 '연장'의 공포와 협박으로 평화는 달성되지 않는다는 걸 그는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 것일까. '평화는 오직 평화로만 가능하다'는 걸 그에게 강조해 주고 싶다.

* 이전 글 참조 ( 2022.03.09)

 

오늘부터 사라질 '아무말 대잔치'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오죽했으면 잡지의 이름을 "말"이라고 붙였을까? 말은 자유였고 생명이었다. 그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난을 겪기도 했다. 덕분에 "이골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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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대의 대세는 '반핵'이 아니라 '탈핵'이다.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핵발전소도 거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핵발전은 화력발전과 달리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그러나 핵분열은 통제하기 어렵고 핵폐기물이 남는다는 단점도 있다. 사고가 날 경우 핵폭탄 폭발과 비슷한 후유증을 남기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완벽한 기계는 없고 사람 역시 그렇다. 실제로 '기술 결함과 인간의 실수와 예측하지 못한 자연재해로 여러 차례 큰 사고가 났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섬의 핵발전소에서는  밸브 작동 이상과 실무자의 조작 실수로, 1986년 소련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는 원자로의 구조 결함과 에어봉 조작 실수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해저지진으로 인한 시설 파괴로 대형 사고가 났다.

IAEA 통계에 따르면,2020년 지구촌에서 약 440개의 원자로가 인류 전체가 소비한 전기의 10% 정도를 생산했다. 미국이 95개로 가장 많고 프랑스 (57), 중국(47)이 그다음을 이었고 한국은 24개로 6위를 차지했다.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국가들은 핵발전을 완전히 그만두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과 중동 국가는 더 많은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

2017년 3월 박근혜 퇴진 시위 중 핵반대 행렬

지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공표하며 에너지전환정책을 밝혔다.  하지만 2017년 고리 1호기와 2018년 월성 1호기가 영구 정지되어 폐쇄 과정에 들어갔을 뿐 24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4기가 건설 중이다. 계획대로 간다고 해도 2080년이나 되어야 한국은 제로 핵발전 시대가 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란 '약속'도 '공론화'로 후퇴한 끝에 결국 건설이 진행되는 등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은 사실 탈원전이라 부르기에도 애매하거나 민망한 수준이었다. 문재인 정부는"탈원전은 최소 60년이 걸리는 정책이다. 앞으로 60여 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당시 야당과 보수언론으로부터 집요한 의구심과 비판을 받아야 했다. 2012년 설계수명 만료 되었음에도 정당한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7천억 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들여 재가동시킨 월성1호기의 폐쇄 결정을 두고도  '경제성 평가 조작' 프레임을 내걸었다. 거기에 감사원과 검찰이 수사까지 시작되면서 결정의 타당성을 흔들었다.

2019년 9월 이후 2021년 3월까지 대략 1년 반 동안 조선·중앙·동아·경향·한겨레·한국일보 주요 일간지 지면 기준 '월성 경제성 평가 조작'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는 총 326건인데 이 중 121건이 조선일보 기사였다. 타 언론사의 경우 25~50건 사이였다. 조선일보 2021년 1월 15일 자 사설 <문재인 최악 결정 '탈원전'의 추진 과정 감사를 주목한다>가 대표적 예다. (참여사회 2021년 4월 호 참조)


윤석열 정부는 지난 9월 20일 원전을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함으로써(그린 텍소노미에 포함)향후 친원전 입장을 확고히 했다. 신규 원전 건설 및 원전 수출에 금융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EU에서 제시한 조건에 충족 여부의 문제로 해외 수출 및 해외투자유치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국내 원전건설의 명분 쌓기용'이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다. 이른바 '촛불 끄고 원전 키자'는 정치 이데올로기의 의도가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이상 푸른색 부분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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