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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10월에

by 장돌뱅이. 2022. 10. 1.


오래간만에 지방에서 올라오는 친구를 만날 것이다.
아마 낮술도 한 잔 할 것이다.

아내는 더 좋아질 것이다.
어쩌면 물빛 고운 남쪽 바닷가에서는 한번쯤 보조대를 풀고 걸을 수도 있을 것이다.

손자친구들은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줄 것이다.
첫째는 이름도 어려운 공룡 퀴즈를 던지고 의기양양해할 것이고
둘째는 '하브지'를 반복하며 영상통화를 조를 것이다.

아파트 화단 감나무에는 주황색 감이 탐스럽게 익어갈 것이고
가을 햇살은 눈부시게 작년처럼 고운 단풍에 빛날 것이다.


나는 많이 걱정했다.
정원의 꽃들이 잘 자랄까?
강이 바른 방향으로 흐를까?
지구는 배운 대로 돌까?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바로잡지?

내가 옳았을까?
내가 틀렸을까?
나는 용서받을까?
더 잘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노래할 수 있을까?
참새들조차 노래할 수 있는데, 나는
절망적이지 않나?

내 시력이 약해지고 있는 걸까? 아님
단지 상상일 뿐일까?
신경통이나 파상풍, 치매에 걸리진 않을까?

마침 내가 걱정했던 것이
하나도 안 일어났음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걱정을 그만두고, 낡은 몸을 이끌고
아침 속으로 걸어갔다

- 메리 올리버, 「나는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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