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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허리 보조대

by 장돌뱅이. 2022. 10. 15.


"이제 실내에서는 허리 보조대를 풀고 걸으세요."
의사의 말.
내가 며칠 전부터 그렇게 해보자고 권했지만 고개를 젓던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보조대를 풀고 씽씽(?) 걸어 다녔다. 애정을 담은 무면허의 권유보다 기계적이라도 면허에 대한 믿음을 선택한 것이다.
뭔가 좀 배신감을 느낀다고 하자 아내는 "억울하면 의사'쯩'을 가져오던가"하고 경쾌하게 말했다.

어쨌거나 지난 여름의 불운한 사고 이후 두 달만에 온전한 '직립인간'으로 돌아왔다. 강변과 호수 주위를 걷는 아내의 발걸음이 어제와는 다르게 가볍게 보였던 건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았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밖에서도 보조대를 벗어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말하면 아내는 또 '쯩'을 요구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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