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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아내 기다리기

by 장돌뱅이. 2022. 10. 12.


허리를 다친 후 처음으로 아내가 미용실에 가기 위해 외출을 했다.
서너 시간 걸리는 파마를 할 만큼 아직 오래 서거나 앉아서 있을 수 없어서 커트만 한다고 했다.
아내가 머리를 다듬는 동안 나는 근처 스타벅스에서 기다렸다.
커피 한 잔을 받아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아내가 들어올 입구를 향해 앉았다.
어디서든 아내를 기다리는 일.
생각해보니 오래간만이다.

등 쪽으로 오후의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햇살!
그러고보니 연애 시절 자주 가던 경양식 집 이름이 "햇살"이었다.
"햇살" 가까이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던 단골 다방 "아가페"도 있었다. 그곳을 향해 달려가던 길에는 오늘처럼 맑은 햇살이 가득히 쏟아져내리고 가로수의 나뭇잎이 무수히 반짝이곤 했다.

아내는 작은 톨(Tall) 사이즈의 커피 한 잔을 다 마시기 전에 돌아왔다.
"그냥 커트만 하니까 금방이지."
정돈된 머리 때문인지 아내의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평소보다 먼 곳에 있는 서점을 반환점으로 삼아 걸었다.
문득 떠오른 옛 기억 속으로 아내도 빠져들었을까?
옛날처럼 서점에서 책 한 권을 내게 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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