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어묵탕으로 속을 든든히 하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 행선지는 동문시장이지만 가기 전에 삼성혈에 들리기로 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삼성혈 담 너머로 붉게 물든 나무 한 그루가 보였다.
서울 지인들이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게 단풍 든 모습을 카톡으로 보내주었지만 제주에서 주로 해변을 따라 움직이는 우리로서는 좀처럼 가을을 느낄 수 없었다. 대부분이 나무들이 변함없이 초록이었다. 그러다 만난 귀한 단풍은 고향 친구처럼 반가웠다.
유홍준 교수도 칭찬한 삼성혈 앞 입구 도로 양편에 잘(?) 생긴 돌하르방 두 기가 있다.
매표소 앞에는 작은 크기의 돌하르방 두 기가 더 있다. 퉁방울 눈에 큼지막한 주먹코, 어울리지 않는 벙거지 모자가 투박해 보이면서도 만날 때마다 친근감이 있다.
삼성혈은 제주도 사람의 발상지이다. 고을나(高乙那), 양을나(良乙那), 부을나(夫乙那)의 삼신인이 이곳에서 태어나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를 맞이하면서 탐라왕국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아내와 나는 전설의 유적지라는 의미보다 그냥 이름표를 단 나무들에 재미를 느끼며 걸었다. 세상에 모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내가 제일 자신 없는 것이 나무 이름이다. 볼 때마다 기억해둔다고 하지만 이내 잊어버리고 특히 나뭇잎이 떨어진 겨울철에는 그 나무가 그 나무 같다.
매표소 직원에게 위치를 물어 찾아간 먼나무. 이름부터 재미있다.
멀다는 의미의 먼나무인지, 무슨(뭔)이라는 뜻의 먼나무인지, 아니며 다른 내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원래는 먹나무였다고 한다. 아무튼 그 이름 때문에 실제로 만나본 먼나무는 '멋'나무였다. 이파리 모양새로 보아서 낙엽수 같은데 상록수다. 은행나무처럼 암수가 다르며 가을에 빨간 열매가 열린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흔하다고 하는데 아마 보고도 그게 먼나무인지 모르고 지나쳤을 것 같다.
혹시 며칠 전 제주목 관아에서 아내와 내가 크리스마스 나무 같다고 했던 그 나무가 먼나무였을지 모르겠다. 먼나무는 거의 반년에 걸쳐서 열매를 달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새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면서 그 새들을 통해 씨앗을 멀리 퍼뜨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삼성혈을 나와 제주성지를 거쳐 동문시장으로 갔다.
진아떡집에서 오메기떡을 맛보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군것질도 했다.
남해수산에서 고등어회와 방어회를 포장 했다. 포장만 전문으로 하는 횟집으로 실속이 있어 보였다. 저녁 때는 손님들이 몰려들어 대기번호표를 뽑아야 할 정도라고 한다.
숙소로 돌아와 한라산소주와 맥주로 회를 먹었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자랑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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