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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제주 함덕 26

by 장돌뱅이. 2022. 11. 13.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예상보다 날씨가 좋았다.
한라산 쪽으로 두꺼운 구름이 끼어 있었지만 그건 자주 있는 일이라 그 구름이 비를 몰고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잠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 밖을 보니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탁한 구름에 가려졌고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어졌다. 아내와 나는 거실 문을 열어놓고 빗소리를 들었다.

아내는 비가 오는 날엔 '달달이' 커피를 마시는 걸 좋아한다. 나는 비장의 무기인양 아껴두었던 믹스커피를 타고 음악을 듣기 위해 블루투스 스피커의 볼륨을 올렸다. 비와 관련된 노래와 음악은 유투브에 흔했다.

이런 날에는 수제비가 제격인데 밀가루가 없었다. 궂은 날씨에 사러가기도 뭐해서 궁리 끝에 미숫가루로 반죽을 만들어 보았다. 밀가루에 비해 탄력과 찰기가 떨어졌지만 그런대로 모양이 빚어졌다. 육수를 내고 감자와 당근, 그리고 냉장고에 남은 오징어 다리 등속을 넣어 수제비를 만들었다. 미숫가루 수제비의 색깔은 마칠 메밀 반죽처럼 거무죽했고 식감은 졸깃하게 씹히지 않고 힘없이 바스러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구수한 맛이 진해서 생각보단 먹을만했다. 나는 아내에게 "바스러진다고 하지 말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고 표현하자"라고 말해주었다.

전 또한 빼놓을 수 없느 날씨였다. 감자채와 오징어로 전을 만들어 보았다.

제주 산간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렸다는 안전메시지를 받은 지 얼마 안돼 거짓말처럼 날이 개었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다. 마트로 장을 보러 갈  때는 파란 하늘이 드러나 비가 그쳤다 싶더니 저녁이 되면서 다시 구름이 몰려들었다.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이번 제주살이 중 좋았던 네 가지 음식 - 우럭찜, 간장게장, 아귀찜, 밀면을 한 번씩 다시 먹기로 했다. 각재기국도 인상적인 음식이었지만 이미 두 번을 먹은 터라 대상에서 뺐다. 그 첫 번째로 오늘 저녁은  산책을 겸해 식당 "대성아귀찜"까지 걸어가  아귀찜을 '복습'하기로 했다.

아귀찜은 처음 먹었을 때와 같이 우리를 만족시켰다.
마지막에 김가루와 참기름을 더해 아귀찜 양념과 비벼 먹는 밥도 별미였다.  

숙소로 돌아올 때도 해변을 따라 걸었다. 불을 환하게 밝힌 식당과 카페, 술집이 늘어선 해변 풍경은 도회지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함덕에 와서 밤길을 걷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마 마지막도 될 것이다. 나이들며 '귀차니즘'이 더해져 숙소에서 뒹구는 것이 최고의 나이트 라이프가 된 지 오래다. 물론 몸이 불편한 아내와 밤에까지 찾아다녀야 할 곳도 없다.

숙소 못 미쳐 비가 쏟아졌다. 우리는 준비해간 우비를 급히 둘러써야 했다. 
밤까지 변화무쌍한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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