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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제주 함덕 23

by 장돌뱅이. 2022. 11. 11.

베란다에 나가 한라산 사진을 찍고 들어와 책을 읽다가 아침산책을 빼먹었다.
어제 "아베베"에서 사 온 크림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도 편한 자세로 소파에 기대 계속 책을 읽었다.

아내의 허리를 고려하여 오늘은 멀리 가지 않기로 했다. 점심을 "싱싱촘맛집"에서 하기 위해 함덕해수욕장에서 버스를 탔다. 세 정거장을 이동하여 함덕비석거리 정거장에서 내려 걸어갔다. 회덮밥과 한치물회를 먹었다. 한치는 제철이 아니라 냉동 한치를 사용한다고 했다. 그래서그런지 회덮밥이 더  입맛에 맛았다.

식사를 하고 앞갯물에서 신흥리까지 걸었다. 바다에서 살짝 벗어나 대부분 마을과 밭 사이를 걷는 길이었다. 도중에 양파를 심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경기도에서 내려와 12년째 제주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하는 우리를 부러워했고 우리는 경치 좋은 곳에서 (넓은) 텃밭에 농사를 지으며 노년을 보내는 그녀를 부러워했다. 문지방 안쪽 사정은 비슷하다고 하던가. 남의 떡이 커 보일 뿐 바람처럼 가볍고 자유롭기만 한 인생이 어디 있으랴. 

신흥리에 도착하여 김택화미술관에 들렸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교편을 잡던 화가는 고향 제주의 풍광에 매료되면서 초기에 고수하던 추상화를 버리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찾아 화폭에 담았다고 한다. 미술관을 가득 채운 그의 그림들에는 제주의 바다와 산, 그리고 마을과 집이 담겨 있었다. 강렬하게 아내와 나를 사로 잡지는 않았지만 돌아보는 동안 익숙한 편안함은 느끼게 해 주었다.  

집에 돌아와 다시 아베베의 크림빵을 간식으로 먹었다.
어제 달기만 한 빵을 너무 많이 사는 거 아니냐고 아내에게 불평 비슷한 투로 말을 했는데 먹기는 내가 더 많이 먹는다.  역시 조강지처의 말은 잘 들어야 한다.

저녁에 명태들깨미역국을 끓였다. 아직 조리 초보인 나는 적당량을 넣으라는 레시피가 싫다. 나는 들깨를 좋아해서 내게 적당량은 듬뿍 넣는 것이다. 아내는 그러면 음식 맛을 망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 말을 따라 조금 적다 싶을 만큼만 넣자 들깨 향이 은근하게 느껴졌고 그게 국의 맛을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절제는 음식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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