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제주에 온 이래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길이 젖어 있고 베란다에도 비가 들이친 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날이 새면서는 비가 더 오지 않았고 하늘이 걷히며 햇볕이 반짝 돋아났다.
올해 제주는 10월에 11일부터 31일까지 21일간 계속해서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이는1973년 이후 10월 연속 무강수일수 역대 2위 수준이라고 한다. 11월 들어서도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이어지면서 현재 한 달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여행하기는 더없이 좋았다. 마스크를 하고 돌아다녔더니 뺨에 자국이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길어진 가을 가뭄으로 힘들어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오후에 아내의 친구와 옆방 지인을 초대해서 치맥을 하기로 해서 오늘은 12시까지만 빈둥거리기로 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강풀의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읽었다. 예쁜 동화였다. 아내에게 잘못했던 나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가끔씩 뭉클해지기도 했다.
작가의 말처럼 노인들이라고 특별히 다를 것 없다.
노인들이나, 젊은이들이나, 다 똑같은 분노와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죽음은 누구에게나 서럽다.
손님맞이를 위해 장을 봤다. 깜빡 빼먹은 것이 한 가지 있어 아내가 혼자 다녀오기도 했다.
잠깐이지만 다친 이후 나의 시야를 벗어나 처음으로 아내 혼자서 외출을 한 것이다.
"기특하네. 곱단이도 이젠 다 컸네."
아내를 놀려 주었다.
"차조심하고 잘 다녀왔습니다."
아내는 심부름 다녀온 초등학생처럼 웃었다.
치맥 모임이니 치킨은 사 오고 떡볶이와 오이양파무침만 만들었다.
에르메스라는 상품을 연상케하는 치르메스라는 치킨 상표가 좀 웃겼다.
프라다와 발음이 비슷한 프라닥이라는 치킨의 고급 버전이라고 하던가?
맛은 괜찮았다.
여행지에서 갖는 오붓한 모임의 저녁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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