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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제주 함덕 21

by 장돌뱅이. 2022. 11. 10.

새벽에 숙소를 나섰다. 함덕 해변을 통해 서우봉으로 향했다. 서우봉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출발을 한 것이다. 오후에 아내와 함께 서우봉을 걷기 위해 사전답사를 겸한 아침 산책이기도 했다. 서우봉(犀牛峰)은 올레길 19코스 '조천-김녕 올레'의 일부이다. 올레길을 통해 함덕 동편의 북촌리까지 가서 돌아올 때는 버스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서우봉에 오르면서는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된다. 함덕 해안의 모습이 높이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여명 속의 돌아본 아침 바다는 특별히 차분했고 멀리 한라산은 더욱 의젓한 것 같았다.  

올레길은 서우봉 정상에 오르지 않고 에돌아 지난다. 북촌리 바다가 눈에 들어오자 이미 바다 위로 솟아 오른 아침 해가 보였다. 긴장과 대립이 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계절을 만드는 자연은 지구가 생긴 이래 계속되어 온 천지운행을 진행하고 있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침 햇살을 받으며 심호흡을 했다. 마음이 덩달아 평화롭고 뭔가로 충만해져왔다. 

그때 문득 눈에 들어온 길가의 안내판은 다시 냉엄하고 살벌한 현실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안내판에는 이 아름다운 곳에 동굴을 뚫고 무기를 배치한 인간의 야만이 적혀 있었다.

태평양전쟁이 끝나갈 무렵, 일본은 패전이 짙어지자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한 특수병기를 개발하여 배치하였다. 특수병기는 비행기, 어뢰정, 선박 등에 폭탄을 싣고 연합군을 직접 공격하는 자살공격용 무기를 의미한다. 결전을 위해 제주도내에도 서우봉, 수월봉, 송악산, 삼매봉, 일출봉, 5곳에 특수병기가 설치된 특공기지가 건설되었다. 서우봉 일제동굴진지는 그중의 한 곳으로 해안절벽을 따라 동굴진지 18곳, 벙커 2곳이 구축되어 있다.

집으로 돌아와 지난번에 실패했던 머랭을 다시 만들었다.
이번에는 70% 정도의 성공을 거두어  수플레 오믈렛을 만들 수 있었다.

점심은 두부고추장찌개와 집에서 만들어온 밑반찬으로 먹었다.

이번 여행의 최종 목표는 아내가 서우봉에 오르는 것이다. 그 목표를 10일쯤 앞당겨 오늘 시도하기로 한 것이다. 아침에 걸었던 길 그대로 아내를 안내했다. 허리에 무리가 느껴지면 어디서든 돌아서야 한다고 아내에게 강조했다. 길 초입의 경사길과 중간 지점의 계단길이 있었지만 아내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끝까지 걸어냈다. 당사자인 아내보다 내가 더 성취감으로 들떠 아내에게 말했다.
"목표를 앞당겨 달성했으니 내일 바로 집으로 돌아갈까?"

함덕으로 되돌아와 오드랑 빵집에서 한라봉케이크와 커피로 목표 달성을 축하했다.

저녁 때까지 아내는 숙소에서 쉬고 나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감자조림과 찌개 등 냉장고 속에 남은 음식을 모아서 저녁 상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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