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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한국

제주 함덕 25

by 장돌뱅이. 2022. 11. 12.

아침마다 자리에 엎드려 만화 읽는 재미에 빠졌다. 제주살이를 마칠 때까지 계속될 듯하다.
최규석의 『습지생태보고서』는 비가 오면 물이 새는 지하 단칸방에서 자취하는 가난한 대학생 네 명과 사슴 한 마리(?)의 이야기다. 만화는 가난을 미화하지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죄악시하지도 않고 그냥 가난하게 사는 청춘들의 '리얼궁상'을 보여준다. 비루할 때도 허황된 꿈을 꿀 때도 보는 사람은 웃음이 나온다. 나도 비슷한 젊은 시절이 있었던 것도 같다.

어제 치맥 모임 하고 남은 떡볶이로 '아점'을 했다.

오후엔 아내와 함께 올레길 19코스인 조천만세동산에서 (육지와 가장 가까운 곳이라는) 관곶을 지나 신흥리까지 걸었다. 나 혼자 아침 산책으로 이미 파악한 길이어서 아내를 안내하기가 수월했다. 바람은 불었지만 푸근한 날씨여서 옷 속으로 파고들지는 않았다. 
 

아내는 쉬다 걷다를 반복하며 예정했던 길을 다 걸었다. 많이 힘들어하진 않았다.
"당신 덕분에 여행을 잘 왔어."
아내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는 "가다가 물 다한 곳에 이르러(行到水窮處) 앉아 구름 일어나는 것을 본다(坐看雲起時)"고 했다. 아내와 나는 길이 다한 곳에 앉아 바다 위로 구름 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고요했다. 바람을 타고 전해오는 파도소리도 우리를 감싸고 있는 고요를 흔들지는 못했다.

고구마가 다 소진되어 저녁은 감자밥으로 지었다. 그리고 미역오이무침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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