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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미국

샌디에고 걷기6 - LOS PENASQUITOS CANYON

by 장돌뱅이. 2012. 5. 21.

아내가 미국으로 온 후 한달 동안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의 트레일을 여러 번 걸었다.
그를 통해 수술 후 자신의 체력 저하를 염려하였던 아내는 얼마간 자신을
회복한 듯 했다. 이번엔 그간의 체력 강화를 바탕 삼아 좀 더 긴 거리를 걷기로 했다.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가면 있는 LOS PENASQUITOS CANYON PRESERVE 에는
왕복 8마일(13키로미터) 정도로 두시간 반정도 걸리는 길이 있다.  

캐년이니 보존지역이니 하니까 굉장한 어떤 것이 있는 곳인 것 같지만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냥 마을과 마을 사이에 있는 평범함 숲일 뿐이었다.
참나무의 군락과 야생화가 공존하는...

그러나 마을 사이에 있는 숲이면서도 야생노루도(사슴?) 살고 있을 정도로
건강한 야성을 가진 숲이었다. 다른 트레일과는 달리 이곳의 숲에는
작은 시내가 흐르고 있어(사막 기후인 샌디에고에서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좀더 다양한 동식물들의  존재가 가능한 것 같았다. 

야구공을 던지고 받는 부자의 모습이 미국인 가족의 단람함을 상징한다고 하던가.
요즈음은 미식축구공을 주고받는 모습이 더 전형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내겐 자전거를 타는 가족의 뒷모습도 그에 못지 않다. 

LOS PENASQUITOS CANYON 은 자전거와 승마 타는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다른 곳보다는 도로가 크게 나있었다.

날씨는 이제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습도가 낮아 땀이 휘감기는 않으나
강렬해진 햇살은 바늘처럼 날카롭게 피부를 파고들었다.  게다가 대충 바른 썬크림은
나의 피부를 보호하는데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유달리 햇볕에 쉽게 그을리는 탓에 별명이 '베트콩'이나 '버어마' 따위의
동남아 계통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는데 이곳 샌디에고에서의 생활이 계속되면  
머지않아 '곤잘레스'나 '까를로스' 같은 히스패닠 쪽의 새로운 별명을 얻게될 것 같다.

"분장 없이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광고 모델 해도 되겠어."

이미 지난 겨울 귀국 때 딸아이가 내 얼굴을 보고 한 말이다. 

반환점에서는 작은 시내를 건너야 했다. 물은 바위 사이를 지나며
작은 낙차를 만드는지 지도상에는 폭포라고 명기되어 있는 지점이었다.
우리는 잠시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았다.
샌디에고 인근에서는 드문 경험이다.

햇살에 물기를 말린 발에 잠시 벗어둔 양말을 다시 신을 때의  
뽀송뽀송함은 늘 기분이 좋다.
남은 길이 멀지 않아보였다. 

말을 타는 할머니를 만났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거침없이 벌판을 달려가는 모습이 기운차 보였다.
아내와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는 별로인데
샌디에고에서는 어울려보이는 3가지를 꼽아보곤 한다.

오픈카와 말 그리고 오토바이. 

길 끝에서 아지랑이가 어질거렸다.
트레일의 반 이상이 햇살에 드러난 탓인지 평탄한 길이었음에도
걷기 막바지에는 몸이 조금씩 늘어져왔다.

출발점으로 돌아와 우리는 나무 그늘에 의자를 펴고
자판기에서 꺼내 온 콜라 한 캔을 나누어 먹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콜라라고 말하는 아내의 티셔츠에 땀이 베어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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