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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

by 장돌뱅이. 2023. 3. 11.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을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고재종, 「첫사랑」-

손자 1호와 2호가 각각 등교와 등원을 하고 난 뒤 집은 갑자기 감미롭게 적막해진다.
아내와 마주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나섰다.

공원에 봄볕이 하나 가득이다. 가벼운 옷차림에도 파고드는 추위가 없다.
여기저기 제법 하얗게 피어난 꽃들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무수한 꽃망울들이 일촉즉발의 기세로 팽팽하게 맺혀 있다.
곧 여기저기서 펑! 펑! 펑! 터져 나올 것이다.


나뭇가지의 모든 꽃이 단 한 번의 처음이듯 사랑도 그렇다.
'첫사랑' 아내와 황홀한 그 길을 묵주기도를 하며 오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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