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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그놈'이 왔다

by 장돌뱅이. 2022. 12. 13.

토요일 저녁, 아내는 산책을 하는 중 평소의 반도 안 걸었는데 힘들어했다.
아픈 허리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하룻밤을 자고난 뒤에는 열이 나고 목이 간지럽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감기약과 해열제를 먹고 혹시나 해서 자가 진단 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해보았다.
두 번이나 음성이 나왔다.

그런데 오늘 아침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받으니 결과는 기여코 '그놈'이 온 것이었다.
3년 동안 용케 피해 다녔는데······.

아내에게 2022년은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이다. 허리 사고에 이은 코로나까지.
아내는 허리 때문에 외출도 최대한 자제하고 위생수칙도 철저히 지켰는데도 '그놈'이 찾아왔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증상 발현은 자신이 먼저지만 코로나를 옮겨온 범인은 내가 분명하다고 마치 형사 콜롬보처럼 추리를 했다. 내가 자신보다 외출도 많이 하고 사람들도 더 많이 만났으니 분명하다는 것이다. '권력자(?)'의 부당한 억측이라는 나의 항변은 아내의 완고한 결론 앞에 무기력했다. 

아직 나는 별 증상이 없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어차피 감염된 것이라면 빨리 증상이 나타나 같이 아프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것도 '그놈' 맘이다. 어쩔 수 없이 몇몇 송년회와 식사 약속, 그리고 다른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 밀접 접촉자인 백수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은 사람들과 만나지 않는 자가격리밖에 없었다.

앞으로 일주일의 격리 기간 동안 아내와 함께  집에 머물며 맛난 음식이나 만들어 보아야겠다. 
아내는 모든 음식이 입에 쓰다고 한다. 내일 낮 아내가 좋아하는 배추전을 만들어 주면 아내의 입맛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매우 오골거리는 사랑시에 연애 시절의 감정을 불러내어 큰 소리로 읽어주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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