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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08 태국 방콕2 -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by 장돌뱅이. 2012. 5. 23.


*위 사진 : 호텔에서 내려다본 풍경

날이 밝았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아내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하고 나와
혼자 호텔 뒤쪽의 골목길을 걸어 다녔다.

출근으로 부산한 아침.
모든 아침의 활기에는
새로움과 싱싱함이 묻어난다.
노점상들의 솥에서 음식들이 익어가며
내뿜는 흰 증기와 구수한 냄새가
아침을 거른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호텔로 돌아와 우리도 식사를 했다.
다른 곳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노란 망고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내와 나는 안면몰수하고 거의 망고로 배를 채웠다.

그리고 어제처럼 수영장에 자리를 잡고
배가 고플 때까지 뒹굴었다.
이동거리 손실을 막기 위해
점심은 호텔 내 중식당 메이지앙(MEUJIANG)에서 해결했다.
명성이 자자한 식당답게 훌륭한 맛의 음식과
깍듯한 서비스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오후에도 역시 수영장에서 보냈다.
도중에 거센 돌풍과 함께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리는 카메라와 책이 비에 젖지 않도록 갈무리를 해두고
빗속에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물속은 따뜻했다.
잠수를 하면 물 바깥의 소란스러움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어린 아이와 같지 않다면 천당에 갈 수 없다고 성경에 나와 있던가.
천당까지는 몰라도 모든 놀이는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일 때
참재미가 느껴지는 법이다.
아내와 나는 바람이 몰고 온 온갖 부스러기들이
떠 있는 수영장에서 잠수와 수영을 반복하며
개구장이들이 되어
유치하고 유쾌하게 놀았다.

잠깐이면 끝날 줄 알았던 비는 바람만 잦아들었을 뿐
우리나라 장마비처럼 추척거리며 저녁까지 이어졌다.
방으로 올라와 강변을 내려다보며 휴식을 취한 우리는
저녁식사를 위해 강변 메리엇(Marriott Bangkok Resort & Spa)에있는
식당 TRADER VIC'S로 갔다

비는 쉬지 않고 내렸다.
우리는 강변이 보이는 바깥쪽에 자리를 잡았다.
나무숲 사이로 짜오프라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였다.
빗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하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식당과 강 사이에 있어,
시야를 가로막는 정원수들에 대한 정리를 하여
좀 더 많이 강을 볼 수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위 사진 : 밀레니엄 힐튼에서

식사를 마치고 밀레니엄 힐튼의 꼭대기에 있는
쓰리씩스티 바로 갔다.
그리고 창가에 앉아 맥주와 칵테일을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강변을 내려다보았다.

창밖의 세상은 아직 비에 젖고 있었고
도시의 불빛을 담은 강물은 더욱 현란하게 번득거렸다.
누군가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도착하는 것이라 했던가?
내게 여행은 종종 떠나오는 것이기도 했다.
떠나는 것과 떠나오는 것의 차이.
후자는 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한 표현일 터이다.

어찌할 수 없이 돌아가야 할,
그래서 부대껴야 할,
살아 있는 동안에는 끝없이 반복될,
생활의 번잡함이나 진부함.
그 거부할 수 없는 것들이 비행기로
다섯 시간 거리의 저편에 있다면
이곳은 주어진 시간을 우리의 의지대로 요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최소한일지언정 상상이 가능한 공간이다.
그 나른한 매력이 없다면 왜 우리가 여행에 탐닉하겠는가.

나는 쿠션 좋은 의자에 자세를 한껏 낮추고 온몸에 힘을 뺐다.
가끔씩 아내와 눈을 마주쳤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조용히 웃으며 잔을 들어 마주쳤다.
밤은 아쉽게 자꾸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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