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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08 태국 방콕3 - 아내의 수영과 골프

by 장돌뱅이. 2012. 5. 23.

오전을 어제와 같은 휴식으로 보내고 페닌슐라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다음 숙박지는 스쿰윗의 새로 생긴 오크우드
(OAKWOOD RESIDENCE SUKUMVIT 24).


*위 사진 : 오크우드 스쿰윗에서

한국 삼성동에 있는 오크우드를 생각하여 기대감을 가졌지만
새로 지은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숙소임에도
다른 사람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무엇보다 동남아 지역의 숙소 선택에 있어서 아내와 내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인 수영장에서 실망스러웠다. 옥상에 있는 수영장은 마지못해
그저 구색만을 갖추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지하에 있는 피트니스센타도 좀 그랬다.

물론 모든 것은 가격과 대비하여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지만
오크우드라는 명성(?)에 비해서도 그랬고, 큰 가격 차이가 없는 다른
서비스드아파트먼트에 비해서도 시설면에서 좀 부족한 숙소였다.

그러나 페닌슐라에서 그랬듯 그냥 느낌이 그랬다는 것이지
그것이 아내와 나의 오붓한 여행분위기에 영향을 줄만큼 심각한 사항은 아니었다.


*위 사진 : 엠포리움 EMPORIUM 백화점 내 일식당 후지(FUJI)

오크우드에 체크인을 하고 우리는 바로 옆 엠포리움 안에
있는 일식집 후지(FUJI)에 가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스쿰윗에 오면 자주 가던 아시안허브 ASIAN HERB에서 맛사지를 받았다.
샌디에고의 어느 쇼핑몰에 갔다가 목맛사지 15분에 30불 한다는
광고 전단지를 보고 떠올렸던 태국의 맛사지 - 미국 생활을 하면서
한국의 여러 음식과 함께 자주 생각나는 것 중의 하나이다.
고급호텔이나 스파가 아니라면 태국에서의 받는 전통맛사지는 비용을
건네기가 미안할 정도로 저렴하다.


*위 사진 : 아시안허브에서 맛사지를 받기 전에.

마사지를 받아 개운해진 몸으로 우리는 약속된 방콕의 지인을 만나기 위해
그가 있는 골프 연습장으로 향했다.
미국 생활의 잇점 중의 하나로 사람들은 저렴한 골프를 꼽곤 한다.
아내에게도 골프를 배우게 하고 싶은데 나의 골프가 아직 초보인지라
직접 가르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솔직히 내가 아무리 초보라고 하나 골프의 기본 이론(실제 폼이 아닌)
- 일테면 고개를 들지 마라, 시선은 공에 고정시켜라, 왼팔을 펴라,
공을 친 후 팔로우스윙을 해라 등등 몇 가지는 나도 가르쳐 줄 수가 있지만
아내는 나에게 배우는 것을 좀 찜찜해 한다.

왜냐하면 오래전 나에게 배운 수영 때문이다.
지금이야 아내의 수영 실력이 중급 이상은 되어 자유형, 배영에 접영까지
유연한 폼으로 수면을 스치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아내는 수영은 고사하고
물속에서 걷는 것도 무서워하던 사람이었다. 워낙 물을 겁내하니 수영강습을
받는 것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 아내에게 내가 수영을 가르치겠다고 나섰다.
물론 나의 수영이란 게 제대로 배워본 바 없이 그저 어릴 적 동네 저수지에서
배운 솜씨라 양반은 빠져 죽어도 안한다는 개헤엄에 어설픈 개구리헤엄(평형)이
전부였지만 우선 아내에게 물에 대한 공포를 없애고 무슨 폼으로든지 물에서
5 미터만 떠서 갈 수 있게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아내 역시 동일한 생각으로 나의 무수한 구박을 받아가며 피나는 연습을 했다.
나는 개헤엄이 제일 자신이 있으나 여자인 아내에게 그것을 가르칠 수는
없어서 좀 실력이 미진하더라도 개구리헤엄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드디어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던 아내의 몸이 물에 떠서 5 미터를 움직인 날
나는 감격에 겨워 아내에게 하산을(?) 지시했다.
“이제 내가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으니 수영강습을 신청하여
더 나은 기술을 연마토록.”  

수영강습 첫날, 선생님은 아내의 수영등급을 알아보기 위해 자신 있는 수영을
해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수영에 좀 자신이 붙은 아내는 장돌뱅이에게 배운
‘비전의 신기’를 스스럼없이 자랑했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수영 어디서 배웠어요?”
“남...편...한테요.”(아마 기죽은 목소리로)
“그래요. 근데 그건 수영이 아니에요.”(망할 녀석 같으니라구!)

그 후유증일까?
아내는 어느 정도의 수영 실력을 갖춘 지금도 평형을 제일 못한다.
폼은 그럴듯한데도 당최 나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아내는 그것이 나의 잘못된 초기 가르침에서 비롯되었다고
지금도 의심을 하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폼이 생명이라는(모든 운동이 그렇긴 하지만) 골프는
나에게 받지 않겠다고 아내는 고개를 흔들어 왔다.
나는 방콕의 지인에게 아내를 위해 초단 시간 내에 스위에 관한 요점과 급소,
쪽집게 강의를 부탁했다. 골프에 그런게 어디있겟는가만은 골프에 대한
아내의 관심을 유도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느닷없는 요청에 그는 당황해하면서도 잠시 시간을 내주었다.
우리 옆에선 그에게서 골프를 배웠다는 또 다른 지인의 부인이
호쾌하고 부드러운 스윙으로 공을 날리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샌디에고 생활을 시작한지 벌써 일년이 넘었다.
이곳에서의 골프는 한국에서보다 자주 그리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고
'고급'의 무게가 가벼워져 다른 운동과 큰 차별성이 없는 평범한 운동이다.

누군가에게서 '고개를 들면 개다'라는 뜻의 '고들개'라는 주문을 외우며
스윙을 하라고 배운 지도 오래 되었지만
나의 골프는 걸핏하면 땅을 파거나 허공을 휘저으며
스윙을 하고나선 자주 ' 개'가 된다.
사진 속의 폼을 서둘러 배워야 할 사람은 아내보다 사실 나다.
"고들개. 고들개 고들개......"

(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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