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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08 태국 방콕5(끝) - 행복은 혹은 사랑은

by 장돌뱅이. 2012. 5. 24.

늦잠에서 일어나 엠포리움으로 가 향긋한 빵과 커피 냄새가 스며 있는
오봉뺑의 창가에 앉아
벤짜씨리공원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곁들인 아침식사를 했다.
초록의 공원엔 밝은 햇살이 가득했다.


*위 사진 : 오봉뺑에서의 아침식사

식사를 하고 택시로 룸피니공원에 갔다.
강렬한 햇살은 바늘처럼 거리에 꽂히듯 쏟아지며
아침부터 대기를 후끈하게 달아오르게 하였지만
초록의 그늘이 드리운 공원은 걷기에 나쁘지 않았다.


*위 사진 : 룸피니공원

아침 운동을 하던 인파들이 빠져나가 텅 빈 공원은
휴식이라도 취하는 양 침묵으로 늘어져 있었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우리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며
그 고요함 사이를 한가롭게 걸어 다녔다.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난
어떤 자극적인 재미나
깜짝쇼 같은 이벤트가 없는
무덤덤한 산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위 사진 : 아내는 "나를 이 동상 옆에 세우는 이유가 몸매를 비교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 같다"고
              눈치 빠르게 의심하면서도 곁에 서서 과감하게(?) 같은 포즈까지 취해주었다.

말 없이 거닐면서 아름다웠던 지난 어느 날을 떠올리거나
실없는 장난으로 어린아이들처럼 깔깔 거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감미로운 기운으로 온몸을 감싸기도 하고
잘 우려낸 찻물처럼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 오감을 적셔오곤 했다.

우리는 둘이서 그것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행운으로 받아들였고,
서로에게,
그리고 알 수 없는 누구에겐가 감사했으며
함께 감사할 수 있음에
또 행복해 했다.


*위 사진 : 엠포리움 G층에 있는 SALONG DE ORIENTAL에서의 점심

다시 엠포리움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아시안허브에서 맛사지를 받았다.

떠나야 될 시간이 되었다.
알고 지내는 방콕의 신혼부부가
우리 여행의 마지막 저녁 식사에 참석해 주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부부였지만 새로운 시작은 모두 예쁘다.
결혼한 지 일 년이 채 안된 두 사람의 모습도 그랬다.
늘 행복하길.


*위 사진 : 방콕 스완나품 SWARNABHUMI 국제공항에서

밤비행기를 타고 돌아온 아침.
딸아이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우리를 위해 맛난 밥상을 차려 놓았다.
예정보다 늦어진 우리의 도착 시간에 맞추기 위해
벌써 여러 차례 만들어 놓은 음식을
다시 데우곤 했던 모양이다.

"사랑이란 먼 곳에서 돌아오는 사람을 위해
된장찌개를 여러 번 데우는 것이다" 라고 하며
아내와 나는 여행에서 보다 행복해졌다.
아니 행복하게 여행을 마쳤다.
절정의 순간은 우리를 마지막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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