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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10 태국 "위험한 시장"

by 장돌뱅이. 2012. 10. 10.

 

 

 

 

 

 

 

 

 

 

 

시장 한 가운데로 철로가 지나간다.
아니 철길 주변에 시장이 들어서 있다.
간이 노점상이 아니라 보통의 시장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어엿한 점포의 형색을 갖춘 시장이다.

오래 전  매끌롱 MAEKLONG 기차역이 생기고
역주변에 점포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시장으로 발전하였다고 한다.
아마 최초에는 정식으로 점포를 낼 수 없었던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이룬 난장이었을 것이다.

낡은 완행 열차는
하루 네번 매끌롱역으로 들어오고 나간다.
그럴 때 마다 시장사람들은 기민한 동작으로,
천막을 걷고 물건을 치운다.

 


*위 사진 : 기차가 들어오기 전 시장은 준비로 부산스러워진다.

 


 *위 사진 : 기차가 지나간 뒤 시장은 바로 평온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지나가는 기차의 뒤꽁무니를 따라
사람들은 거두었던 물건들을
다시 부산하게 옮겨놓으며
마치 시치미라도 떼 듯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루에 여덟번씩 이곳엔 그렇게
부산함과 평온함이 반복된다.

 

 

 

 

 

 



시장 이름은 '위험한 시장'(태국어로 '딸랏 안따라이' TALAT ANTARAI).
방콕에서 차편으로 한 시간쯤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그 이름을 '공존의 시장'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
어떤 기발함이나 진기함에 앞서
불편함을 나누는 공존의 지혜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같으면 완장을 찬 단속반이나
재개발을 위해 철거용역 회사 직원들이 어디선가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나타날 것 같은 '위험한' 곳을
이들은따뜻함이 스며있는 삶의 공간으로 꾸려 놓았다.

딸라 몇 푼을 더 금고에 넣어 놓았고
매끈한 에스칼레이터의 현대식 백화점에서
크레딧카드로 고가의 '명품' 쇼핑을 한다고
우리가 이들보다 더 선진의 세상을 이루었다고
턱을 높이 쳐들 수 있겠는지...

우리나라 서울 용산에서는 불과 얼마 전 옛 건물을 부수어
높고 커다란 빌딩을 짓겠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의 목숨까지 빼앗은 적도 있지 않은가. 

 

 



이곳저곳 고개를 디밀고 시장 구경을 하고 군것질도 하다가
우리는 기차를 타고 시장을 가로 질러
우리 돈 100원 어치만큼 떨어져 있는 다음 정거장인
랏야이  LAD YAI 역까지 가보았다.

덜컹이는 기차에 등을 기댄 채
창문 너머로 스칠 듯 맹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의 가게를 내다보며
나는 잠시 이성부 시인의 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와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 "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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