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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12 '만 리'의 방콕1

by 장돌뱅이. 2013. 10. 26.

다시 방콕.
2년 만이다.
가지 않는 동안 방콕에선 정치적인 문제로 촉발된 대규모 군중 시위와
강물 범람
등의
위태로운 소식이 있었다. 아내와도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건물이 불에 그을린 채
시위대의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이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가 싶더니,
이듬 해엔 물에 잠긴 마을과 공장, 그리고 사람들의 부산하고 근심어린 표정들이
뒤를 이었다.

90년대 나의 업무 출장지였고 그 이후에는 우리 가족의 주된 여행지였기에
그런 소식들은 마음을 아프게 하고 안타깝게 했다. 어떤 곳에서 반복된 먹고
일하고 놀고 잔 기억은 종종 그곳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체질화 한다.
때 묻지 않은 유년의 고향과 학창시절의 추억이 그렇듯이.

내게 여행은 지난 시절의 단순함과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랄 수 있다.
태국은, 그중에서도 방콕은 인도네시아 발리와 함께 나와 우리 가족에게
‘여행지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이번 방콕행은 급하게 결정되었다. (하긴 나의 대부분의 여행이 그렇다.)
나의 연말 휴가에 딸아이가 작년에 이어 짧으나마 쉽지 않은 휴가를 만들어내며
가세를 했다. 게다가 이번엔 특별히 선거가 대목인 직종에 근무하는 처제까지
일을 털어내고 시간을 만들었다.

누군가 ‘만 리의 여행이 만 권의 독서보다 낫다’고 했다. 아마 걸어다니던 시절의,
그러니까 지구가 우주의 크기와 같이 느껴질 때의 이야기일 것이다.
다섯 시간의 비행기로 가는, 만 리에 가깝게 떨어져 있는 방콕으로의 여행이
그와 같은 지식과 경험을 준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래도 내게 
방콕은 다섯 시간의
비행만으로 추운 겨울을 벗어나 수영장에 몸을 담글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만 리’가 된다. 태국 음식과 맛사지는 그 위에 얹어지는 웃고명이다.

미국에서 온 이튿날 저녁 비행기를 타야했다.
나의 신체 리듬은 아직 미국 시간에 잠겨있어 인천공항라운지에서부터 고개를
끄덕이며 졸기 시작했다. 비몽사몽 기내에 들어가자마자 곯아떨어졌다가
눈을 뜨니 방콕 공항이었다.

이스틴 그랜드 호텔 사톤 방콕 Eastin Grand Hotel Sathorn Bangkok 이라는
긴 이름을 지닌 숙소에 체크인을 하니 밤12시가 넘었다. 이제껏 방콕에서
잘 묵어보지 않은 지역을 찾다보니 실롬/사톤이었고, 거기에 BTS 수라삭
SURASAK 역과 붙어 있다는 편리한 점을 고려하여 선택한 숙소였다.

식구들은 체크인을 하자마자 잠자리에 들었다.
방콕 12시는 서울 2시이고 미국은 아침 시간이었다.
나는 머릿속이 맑아져오는 느낌에 새벽까지 아내 곁에서 혼자 책을 읽었다. 
야경을 보기 위해 일부러 열어둔 커튼 사이로 멀리 차오프라야 강변과
시로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낯익은 풍경은 편안했다.
아내의 낮고 고른 숨소리는 더욱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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