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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12 '만 리'의 방콕3

by 장돌뱅이. 2013. 10. 26.

다시 아침.
소리 안 나게 방문을 닫고 산책을 나섰다.
어제와 같은 지역의 다른 골목을 걸었다. 당연하게도 다른 길은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특별히 의도하진 않았는데, 이날 아침산책은 여러 종교 관련 시설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방콕의 큰 건물 앞에는 있게 마련인, 화려하게 치장된 작은 불제단(?, 이걸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과 색색의 천을 칭칭 감은 채 골목과 시장 입구에 서있는 아름드리 신목(神木),
거기에 흰두교사원에 기독교대학과 카톨릭성당까지.
다양함이 세상의 본질이라는데 종교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날의 일정도 하루 전과 같은 - 산책과 수영과 맛사지였다. 

 

점심은 수쿰빗 쏘이33의 한식당 서울집에서 했다.
메뉴는 딸아이가 좋아하는 생갈비. 이번엔 고등어 묵은지 조림을 더했다.
초등학교 시절 딸아이가 처음 방콕에 왔을 때 가장 좋아하던 식당이 서울집
(서울식당)이었다. 그때는 앰버서더 호텔 앞쪽 골목에 있었다.
돼지갈비에 꽂힌 딸아이 입맛을 따르다보니 매일 들렸었다.
그 어린 아이가 이제 성년이 되었다!
지나간 세월은 언제나 짧아 보이지만 남긴 것은 늘 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또 그때와 얼마나 변하고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식사를 하고 걸어서 아시아허브로 맛사지를 받으러 갔다.
가는 길목에 엠포리움 백화점이 있어 한 바퀴를 돌았다.
온통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했고 캐럴이 흥겨웠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특히 어린 시절 딸아이는 이곳 5층의 팬시문구점을 좋아했다. 그 시절처럼
나는 딸아이의 뒤를 따라 걸었다.
 

맛사지를 받는 동안 나는 잠이 들었다. 아내도 딸아이도 비몽사몽이었다고 했다.
2시간 동안 맨 정신으로 맛사지를 받은 사람은 태국여행이 두 번째인 처제뿐이었다.
“맛사지를 받으면서 어떻게 잠이 들 수가 있지?”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동지가 가까운 겨울해는 짧았다. 아시아허브를 나와 소피텔 Sofitel Bangkok Sukhumvit 의
ROOF TOP 바에 오르니 어느 새 어둠이 짙어가며 빌딩마다 불빛이 살아나고 있었다.
직원은 해피아워라며 칵테일 두 잔에 한 잔 값만 받는다고 했다.
딸아이와 나는 환호를 질렀다.
 

차오프라야 강변에 새로 생긴 야시장 아시아티크 AISATIQUE 는 이날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아시아티크를 가기 위해 사판탁신 역으로 갔다. 역과 붙어 있는
사톤 선착장에서 야시장으로 가는 셔틀보트를 타기 위해서였다.

아내는 야시장에서 목도리를 살 작정이었다. 이태 전 룸피니 옆에 있던 수안룸
야시장에서 1개에 백밧인가를 주고 산 목도리를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더니
모두 좋아하더라고 했다. 이번에 몇 개를 더 살 작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드넓은 야시장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싸이의 캐릭터가 새겨진 티셔츠였다.
간간히 ‘강남스타일’ 노래도 자주 들렸다. 원하는 목도리는 발견하기 힘이 들었다.
두 시간쯤 시장을 돌다가 포기를 했다. 그래도 나를 빼고 세 여자들은 모두 만족해했다.
하나도 건진 것은 없지만 알찬 쇼핑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마 내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여자들의 쇼핑내공이다.
 

 

 

저녁은 아시아티크에 새로 문을 연 흰색 건물의 식당 반카니타 BAAN KHANITA에서 했다.
반카니타는 이곳 이외에 방콕 시내에 3개의 본점과 지점을 가지고 있는 유명 식당이다.
각종 조사에서 방콕 제일의 타이음식 식당으로 자주 선정된다고 한다.

시장을 걷느라 더워진 몸을 식히느라 실내 좌석을 택했다. 새 곳답게 깨끗했다. 가격은
높았지만 음식은 좋았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밤이 늦도록 자리를 지켰다. 서둘 이유가
없었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날이 반복될 것이기에.
여행은 온전히 내가 만들어내는 시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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