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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12 '만 리'의 방콕4

by 장돌뱅이. 2013. 10. 26.

이날 아침 산책의 반환점은 실롬의 팟퐁 근처 르메르디앙 호텔이었다.
숙소에서 전철로 2 정거장 (수라싹-총논씨-살라댕) 거리이다.
물론 전철길을 따라가지 않고 사톤로드와 실롬로드를 잇는 골목길을
이리저리 대중없이 돌아서 갔다.

이 날은 월요일이었다. 러시아워의 도로는 승용차와 오토바이들이 뒤섞여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었다. 인도는 출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 그리고
먹거리 노점상들로 분주했다. 대로의 이면에 있는 골목길에는 난장이
들어서 혼잡했다. 활기찬 거리와 골목은 방콕이라는 거대 도시를 지탱
하는 동맥이고 실핏줄이다.
 

 

 

 

밤새도록 불야성을 이루었을 팟퐁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일부 과일상과 음식상들이 팟퐁 입간판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거리는 뜻밖에 말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여기가 밤마다 ‘난리벅구통’이
벌어지는 그 팟퐁이 맞는가 잠시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아침 햇살 속에
드러난 나름의 절제와 질서는 신선해 보였다.
이제까지 모르던 팟퐁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숙소에서 출발한 지 50분 정도만에 르메르디앙 호텔에 도착했다.
로비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잠시 다리쉼을 했다.
갈 때는 올 때와는 다른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갔다. 

정오가 지나도록 변함없이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점심을 먹으러 
반얀트리로 향했다. 메뉴는 중식당 바이윤(白雲)의 딤섬. 60층에 있는
식당이라 아스라이 뻗어나간 방콕 시내가 내려다보였다.

딤섬뷔페를 주문하여 수영으로 한껏 비워놓은 배를 다시 그득하도록
채워 넣었다. 방콕에서 유명 중식당이다보니 음식의 질이나 서비스 등에
내가 새로 덧붙일 것은 없다.

바이윤을 나와 어제에 이어 다시 아시아허브로 갔다.
전날 나는 전통 맛사지, 나머지 셋은 허브볼맛사지를 받은 터라 이 날은 네 명
모두 발 맛사지를 받았다. 맛사지 받는 장소가 차량 소음이 좀 들리는 것을 빼곤
늘 그렇듯 만족스러웠다.
 

 

 

 

 

맛사지를 마치고 나와 센타라 그랜드 CENTARA GRAND 호텔의
55층에 있는 레드스카이 REDSKY 바로 향했다. 해가 지고 있었다.
레드스카이의 야경은 알려진 대로 화려했다. 여행을 다녀온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그때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던가 별로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그냥 들뜬 기분에 떠들며 웃었다는 사실과
점점 화려해져 가던 방콕의 야경의 기억만 또렷하다.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본 시암니라밋 SIAM NIRAMIT 쇼는 아내와 나로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많은 공연이었다. 쇼의 제작비용이 엄청나 2005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는데 그 때문에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쇼를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간 훼이꽝역 근처의 꽝씨푸드 KUANG SEA
FOOD는 이번 방콕 여행에서 제일 나쁜 경험을 안겨준 식당이었다.
사실 나는 꽝시푸드를 좋아하여 두세 번 기본 적이 있고, 한 여행 사이트에 리뷰를
올리기도 했다.

오래간만에 가본 꽝씨푸드는 그간의 인기를 반영하듯 예전의 간이식당 스타일을
벗고 그 자리에 번듯한 오층 건물로 변해있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들은 끊임
없이 밀려들어와 식당의 명성은 여전해 보였다.

나쁜 경험의 이야기를 자세히 쓸 필요는 없겠다.
접시 사이의 바퀴벌레와 종업원의 무관심, 청결도가 떨어진 음식(호이캥루악=
삶은 꼬막), 지금거리는 어쑤언, 주문한 음식의 잘못 배달과 누락, 잘못된 계산서 등등.
어쩌면 식당에서 나올 수 있는 실수의 종합판을 경험한 저녁이었다. 식구들의 식사를
위해 대범한 척, 괜찮다고 독려를 하다가 터무니 없이 끝내 아내에게만 짜증을 부리면서
기분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한 번의 나쁜 경험이 그 식당의 전체적인 평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 지어진 꽝씨푸드로 발길을 향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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