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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태국

2008 태국 방콕4 - 짐톰슨과 마사지와 수끼

by 장돌뱅이. 2012. 5. 23.

전날 저녁 마신 술로 좀 더부룩해진 속을 달랠겸
쏘이 SOI ("골목길" 이라는 뜻) 26의 국수집(太榮)으로 갔다.
비즈니스로 알게된 한 태국인이 알려준 식당.
외관도 허름하고 가격도 0.5불 정도로 파격적이지만
맛만큼은 어는 고급식당의 음식과 견주어도 손색 없는 곳이다.
벌써 몇년 째 방콕에 가면 빼놓지 않고 들리지만 한결 같은 맛이 고맙다.
그 때문에 이번에도 물국수 한 그릇을 생각하고 갔지만 결국 비빔국수까지 추가하고 말았다.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느긋하게 쉬다가
실롬 SILOM에 있는 짐톰슨 JIMTOMSON 매장으로 갔다.
짐톰슨은 태국에선 유명한 실크제품 매장이다.

매 여행마다 그 여행지에만 있는 독특한 어떤 것에
우선적인 관심을 두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갈 때마다 반복하면서도 좀처럼 질리지 않는 것은
'태국만의 것'이 지닌 강점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짐톰슨은 태국만의 것으로 부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이다.
많은 것을 사지 않더라도 그 화려한 색감의 타이실크 제품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아내는 충분히 만족해한다.
솔직히 아내가 이 글을 읽는다면 “이건 거짓말!”이라고 할 지 모른다.
왜냐하면 태국 여행에서 내가 “마음대로 골라!” 하고
쇼핑에 호기를부릴 수 있는 곳은 3-5불 정도의 헝겁 제품들이 주종인
나라야(NARAYA) 매장 밖에 없었으니까.

평소 딸아이와 아내는 이미 이런 나의 옹졸함을 파악하고
자기들끼리 날 ‘좁쌀영감’으로 부르며 희희덕거리기도 한다.
그런 평가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번에는 짐톰슨에서도
마음껏 사보라고 호기 아닌 ‘객기’를 부려보았지만
아내는 자신의 것이 아닌 딸아이를 줄 티셔츠 몇 개를 사는 것으로
나의 작은 ‘간떵이’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시켜주었다.


*위 사진 : 짐톰슨 매장내 카페에서

아내의 나의 건강을(?) 고려한 '알뜰주부형' 쇼핑을 마치고
매장내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내와 보내는 한가로움이 커피 속에 달콤히 스며 들었다.
그리고 살라댕 SALA DAENG 전철역으로 걸어가
역 바로 옆에 있는 바디튠 BODY TUNE 에서 발 맛사지를 받았다.
가까이 없어서 가장 아쉬운 태국만의 것이라면
아내와 나는 태국실크보다 맛사지를 꼽을 것이다.


*위 사진 : 살라댕의 맛사지샾 바디튠에서

살라댕의 바디튬은 분위기도 깔끔하고
맛사지사들도 잘 훈련되어 있는 듯하여
방콕에 갈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가게 된다.

점심은 예전의 안나스카페 자리에 있는 MK 수끼 골드에서 했다.
수끼는 태국식 샤부샤부이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우리가 좀 미련한 것 같다고
스스로를 조금 비웃어 가면서도 우리는
마지막 죽(까오똠) 한 점까지 남기지 않고 먹었다.

우등고속에 맛을 들이니 일반고속버스가 타기 힘들어지고
비행기의 비즈니스좌석에 맛들이면 이코노미에 앉기 힘든 것이
인지상정이라 이제까지는 그냥 'MK수끼' 식당을 가다가
업그레이드된 'MK수끼 GOLD'가 나오니
여행자의 입장에서 예전의 ‘금테 안 두른 곳’으로는 잘 가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등고속은 시각적으로 감각적으로 확실한 차이가 있지만
‘금테수끼’는 예전의 ‘무금테’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위 사진 : 살라댕의 MK 수끼 골드(맨 아래 사진은 같은 위치에 있는 LE SIAM이란 음식점이다)

음식(아내와 나에게는 팍붕파이뎅과 뿌팟뽕커리)과 맛사지, 그리고 짐톰슨은
태국을 말할 때 자주 거론되는 단어들일 것들이다.
그것이 여행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문 학술 탐사나 ‘고귀한 수행’이 아닌
아내와 나처럼 평범한 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먹거리와 즐길거리, 그리고 살거리가
여행 중 중요한 일정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생각할 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떤 단어를 떠올릴까?
알려진 것이 많을수록 (다시) 여행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 상공회의소에서 국내 여행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업체의 95%가 ‘관광산업이 미래의 유망 산업’이라는 말에는 동의를 했으나
한국 관광산업의 전망에 대해서는 90%이상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다른 제조업처럼
관광인프라와 품질 경쟁력은 일본과 동남아에 뒤지고
가격은 동남아와 중국에 뒤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만의 ‘상징’(다른 어떤 말로 표현하든)을 키우고 다양화 하는 일.
온전한 삶을 위하여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필수적인 과제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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