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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물을 수 없는 수수께끼들

by 장돌뱅이. 2023. 1. 11.

손자친구와 밤마다 영상 통화로 수수께끼를 주고받는다.
전통(정통?) 수수께끼에서 난센스 퀴즈까지 다양하다. 매일 새로운 수수께끼를 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처음엔 인터넷을 뒤지다가 나중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이후엔 새로운 수수께끼가 없을까 책방에서 새로운 책을 사 와야 했다.
어느 것이나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새로운 수수께끼가 나오지 않을 땐 즉석에서 수수께끼를 창작하기도 했다.

수수께끼 중에는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아 질문과 답에 보충 설명이 필요하거나 설명하기가 너무 어려워 묻지 못한 것들도 있다. 일테면 이런 것들이다.

*다른 것은 다 비추어도 자기 발은 비추지 못하는 것은? (등잔불)
- 그래도 이건 나중에 동화책 의 그림을 보여주며 전기가 없던 시대에 전등 대신 쓰던 물건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강은 강인데 물고기가 없는 강은? (요강)
- 친구에게 요강에서 볼 일을 보라고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날개를 돌리며 더운 날에만 운동하는 것은? (선풍기)
- 친구집에는 아이들 안전문제로 선풍기가 없다.
친구는 선풍기를 우리 집에서 보고서야 이해를 했다.

*외출할 때와 돌아올 때 문에다 뽀뽀하는 것은? (열쇠)
- 친구는 집에 들어올 때 눌러야하는 것은? 이라는 질문에 '초인종'이란 답 대신에 '비밀번호'라고 했다.

*마른 것은 싫어하고 젖은 것만 좋아하는 것은? (빨랫줄)
- 건조기와 건조대를 사용하니 바지랑대에 걸린 빨랫줄은 친구에게 생소하다.

*먹으나 안 먹으나 항상 배가 불러 있는 것은? (항아리)
- 친구는 옛날이야기 책에서만 항아리를 보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침마다 절하는 곳은? (세숫대야)
- 화장실 세면대라면 이해하겠지만

*빛을 받으면 쓰지 못하는 것은? (필름)
- 아빠가 쓰던 구닥다리 디지털카메라나 핸드폰으로 재미 삼아 사진을 찍는 친구에게 필름은 고대언어이다.


*송송 뚫린 구멍으로 열 내다가 죽는 것은? (연탄)
*일하기 전에는 검은색인데 일을 끝내면 하얗게 되는 것은? (연탄)
- 이젠 발로 차려고 해도 보기 힘든 연탄(재)


*귀 하나로 일하는 것은? (바늘)
- 친구에게 바늘은 주사바늘뿐이다.
최근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의 뜻을 물은 적이 있다.

* 내려갈 때는 가볍고 올라올 때는 무거운 것은? (두레박)
*작은 녀석 둘이서 계속 큰 놈을 때리는 것은? (다듬이질)
"까닭 없이 두 몽둥이로 매만 맞고 사는 것은? (다듬잇돌)
- 두레박, 다듬이질, 다듬잇돌 친구가 이해불가한 단어이다.
문득 어린 시절 어머니의 리드미컬한 다듬이질 소리가 생각난다.

*일할 때는 혼자 누워서 빙글빙글 돌다가 쉴 때는 친구들과 모여 있는 것은? (레코드판)
*바늘로 긁으면서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전축)
- 친구는 필요한 노래를 AI스피커에 대고 외친다.

*뛰면 주저앉고 주저앉으면 뛰는 것은? (널뛰기)
- 친구는 오르락내리락하는 놀이로 시소를 생각했다.

* 머리로 먹고 옆구리로 토하는 것은? (맷돌)
- 차라리 위로 먹고 위로 토하는 믹서기를 친구가 이해가 쉬울 것이다.

* 받기만 하고 줄 줄은 모르는 것은? (쓰레받기)
- 친구는 로봇청소기를 통제한다.

*'병든 자는 다 내게로 오라'고 말한 사람은? (엿장수)
*헌병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엿장수)
- '엿장수 맘대로'라는 말의 뜻을 친구는 영어보다 어려워할 것이다.
친구는 '달걀 판 돈'을 영어로 하면? 의 답이 '에그머니'라는 난센스 퀴즈에 깔깔거렸다.

*강아지 가면을 쓰면 멍멍 짖고, 고양이 가면을 쓰면 야옹야옹하죠?
그러면 오징어 가면을 쓰면 어떤 소리를 낼까요? (함 사세요!)
-그러고 보니 함재비들이 사라졌다. 80년 대 나는 친구들 함을 두 번 져보았다.

*날아다니는 파리까지 쏘아 떨어뜨릴 수 있는 정확성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무기는? (에프킬라)
*사냥 도구 중에 가장 값이 싼 것은? (파리채)
- 에프킬라! 나도 오래간만에 들어본 말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매일 주는 상은? (밥상)
- 밥상보다는 친구에게 식탁이 더 익숙한 말이겠지만 그에 앞서 질문 자체가 너무 '이조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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