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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이태원 참사 100일

by 장돌뱅이. 2023. 2. 5.

시청 앞에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설치되었다.
추모제 참가자들과 유족들이 경찰과 공무원들의 설치 방해에 맞선 끝에 마련한 공간이었다.
죽은 사람에 대한 추모와 위로조차 '쟁취'를 해야 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긴 대열에 서서 오래 기다린 끝에 들어선 분향소 천막 안은 전기도 없이 촛불 두 개만 켜있어 어두웠다.
첫 영정 앞을 지날 때 아내는 눈물을 훔쳤다. 나도 그랬다.
텔레비젼을 통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기에 미처 예상하지 못한 울컥함이었다.  

대열에 서있는 동안 자원봉사자인 듯한 젊은이들이 오늘 저녁에 시청에서 철거하러 올지 몰라 밤샘을 한다고 저희들끼리 말을 하며 지나갔다. 분향소 뒤편 서울도서관의 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는 2023년 서울 정책 기조가 '약자 동행특별시'라고 쓰여 있었다. 전기를 연결해 주고 유족과 추모객을 위해 따뜻한 물 한 잔 제공하는'동행' 쯤은 쉬운 일 아닐까? 또 다른 현수막에는 "겨울이 온 세상에 말했다. 홀로 추운 사람은 없다고"라는 아름다운 말이 추운 겨울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마침 입춘 날이었다. 옛글이 생각났다.


봄바람처럼 큰 아량은 만물을 능히 포용한다 (春風大雅能容物)

*서울시는 시청 앞 분향소를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를 하겠다는 뜻을 시민대책위에 전달했다. "불특정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에 고정 시설물을 허가 없이 설치하는" 것은 규정상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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