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적지는 오래된 곳이 좋다면 여행지의 숙소는 새것일수록 좋다고 한다.
트윈팜스 TWINPALMS는 작년 말 새로 문을 연 숙소이니 그 말에 딱 들어맞는 최고의 숙소겠다.
작년 12월 26일 발생한 쓰나미 TSUNAMI 이후의 푸껫은 비극적인 사태 수습과 함께 다른 한편으론 항공과 숙소에서 저렴한 가격의 프로모션 공세로 여행자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끔찍한 재앙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현장에 놀러 간다는 게 마음 편치 않은 일이라 선뜻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비극이 일어난 초기에 푸껫을 좋아하는 여행 동호회에서는 그동안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푸껫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십시일반 모금을 하여 전달하기도 하였다. 쓰나미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나면서 푸껫 현지인들로부터 이런 도움은 감사하나 푸껫의 일상회복을 위해서는 쯔나미 이전처럼 그냥 여행을 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인편으로 인터넷으로 전해왔다. 피해는 푸껫 북쪽 카오락 지역에 집중되었고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온전한 상태이니 예전처럼 와서 편안하게 즐기는 모습을 인터넷에 많이 올려달라고 하였다.
현지인들이 말에 힘입어(핑계로) 설날 뒤에 이어지는 짧은 연휴를 트윈팜스에서 보냈다.
쯔나미 이전부터 다시 푸껫에 간다면 예전에 묵었던 방타오나 빠똥, 까론이나 까따 대신에 수린비치나 푸껫 남쪽 해지는 언덕 근처에 숙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따끈따끈한 신상 호텔인 트윈팜스를 눈여겨보고 있던 참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변명을 갖다 붙여도 예전처럼 요란스럽게 놀 분위기는 아니어서(평소에도 그렇지는 않았지만) 애초부터 트윈팜스 이외에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던 여행이었다. 숙소 수영장과 해변을 왕복하며 조신하게 보냈다. 아무튼 좀 쑥스럽긴 했지만 트윈팜스에 머무는 내내 아내와 내가 느꼈던 직원들의 상냥함과 숙소 안팎의 쾌적함은 여행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게 해 주었기에우리는 푸껫과 트윈팜스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미안하다. 행복하다.”
혹 그리움도 질량이 있어 자꾸 쌓이면 어느 순간 원하는 곳과 이어지는 튼튼한 길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트윈팜스의 하루를 사진으로 모아 본다.
그대로 이번 여행기간인 3박4일간의 기록도 되겠다.
아내와 내가 묵었던 08호실 열쇠 두 개는 감미로운 ‘게으름’을 보장받는 보험증서이기도 했다.
숙소의 하늘 위로 새날이 밝아오고 있다.
아내와 나에게는 어제와 똑같을 수 있어 행복한 날의 동이 터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숙소 앞 해변으로 나갔다.
명상을 하듯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해변을 걸었다. 마음이 잔잔해져 왔다.
가벼운 아침 식사와 도서실에서 유유자적.
그리고 몇 권의 책을 챙겨 수영장으로 나설 때면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렀다.
그다음부터 한 일은 특별한 말도 필요 없이 누워 지내는 것이었다.
햇볕이 따가운 한낮에는 호텔 내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고.
다시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저녁에는 해지는 노을을 따라 다시 해변으로 나갔다.
그리고 함께 여행을 온 친근한 사람들과 식사와 즐거운 기억을 나누었다. 머지않아 수평선 너머로 손톱 같은 달이 지더니 별들이 돋아났고 우리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를 바닷바람이 가만히 실어갔다.
밤이 되었다. 조용했다.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다부진 결심이 필요 없는 곳이기에 평온했다.
잠깐의 환상일 뿐이라고 누가 함부로 말할 수 있으랴.
그 기억의 긴 여운은 아직도 온몸 곳곳에 진하게 스며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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