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단상

또 생일

by 장돌뱅이. 2023. 5. 3.

어려선 빨리 나이 먹어 어른이 되고 싶었다.
중년엔 가끔씩 나이 먹는 게 두렵기도 했다가, 이제 '또 생일'은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느낌일 뿐이다.

어느덧  '어떤 말이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이순(耳純)을 지나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종심(從心)이 멀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귀는 아직 순해지지 않았고 마음은 걸핏하면 도리와는 동떨어진 곳으로 달려가곤 한다.
아주 가끔씩  먼 하늘을 바라보며 너그러워지기도 하고 '살아온 날들을 지우려' 할 뿐이다. 


빨간색 축하카드는 첫째 친구가 쓴 것이고, 초록색은 둘째가 쓴(?) 것이다.
둘째의 카드를 들고 내가 축하의 말을 지어내며 읽으니  첫째가 놀라서 와본다.
"아니잖아요. 아무것도 없잖아요!"
실소를 하는 첫째를 안아주고 나는 다시 빨간색 카드를 펼쳤다.
지나간 세월은 젊어서 상상하지 못했던 두 친구들을 곁에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나이는 먹을만한 것이 되었다.

'일상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내리는 날의 전과 맥주  (0) 2023.05.05
창작과 비평  (0) 2023.05.04
빠짜이와 빠떼꿍  (0) 2023.05.02
올망졸망 우련우련  (0) 2023.04.30
이름 부르는 일  (2) 2023.04.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