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1호가 지금의 2호 만했을 적 가끔씩 "빠짜이!"라는 외치곤 했다.
어디서 배웠는지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말을 사용하는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기분이 좋을 때 쓰는 말임을 알 수 있었다. 황당할 때는 가끔씩 자신이 그 말을 해놓고 "근데 빠짜이가 무슨 말이지?" 하고 되물을 때였다.
얼마 전에는 제 엄마와 어떤 문제로 작은 실랑이 끝에 1호가 말했다고 한다.
"엄마는 잔소리 좀 그만해요."
딸아이가 되물었다.
"너 잔소리가 무슨 뜻인지나 아니?"
1호가 말문이 막힌 듯 사이를 두더니 조금 자신 없는 대답으로 엄마를 웃겼다고 한다.
"글쎄?··· 잘 때 하는 소린가?"
(아마 잔소리의 '잔'을 '잔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급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어른들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명쾌히 알고 말을 하지는 않는다.
말은 맥락 속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위 사진 속 공(탄력이 있는 고무공)을 손자2호는 "빠떼꿍"이라고 부른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꿍'은 공을 말하는 것 같지만 그 앞의 '빠떼'는 추리가 불가하다.
아마 어른들의 사용하는 말 중에 일부를 자기가 그렇게 들은 것 같다.
하지만 2호 덕분에 빠떼꿍은 우리 집안만의 공용 언어가 되었다.


손자들과 '빡센' 1박2일을 보냈다. 아이들은 놀 때 종종 예측불허다.
이어지는 놀이 선후의 인과관계가 없다.
특히 2호는 한가지 놀이를 5분 이상 지속하는 경우가 드물다. 불자동차가 출동해서 불을 끄고 곰돌이푸를 구해내다간 갑자기 눈에 띄는 로보카 폴리를 집어 들고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가상의 사막과 절벽 위를 달린다. 나는 헬리(콥터)로 그 위를 날아가야 한다. 그러다가 내려앉은 헬리와 폴리 박치기시키고 구급차를 들고 와 병원으로 이송한다. 책을 읽어달라고 들고 오는가 하면 장난감 악기로 손 가는 대로 연주를 한다. 자기 나름대로 장난감 놀이를 변형시켜가며 미처 내가 생각하지 않은 부분에 깔깔대기도 한다.
초등학생이 된 1호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모두의 마블'이나 카르카손, 도미노 같이 어울려 하는 게임에 관심이 크다. 윷놀이도 좋아한다. 같은 있는 동안 그 모든 게임을 번갈아가며 한번씩은 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