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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단상

'식사를 선택할 수 없는 삶'

by 장돌뱅이. 2023. 8. 8.

데이비드 J. 스미스라는 사람이 쓴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는 72억 명이 사는 지구를 100명이 사는 작은 마을로 상상하였다.

이 상상의 마을에서 사람 한 명은 실제 세계에서는 약 7천2백만 명을 뜻한다. 마을 사람 100명 중 60명은 아시아에서 , 15명은 아프리카에서, 10명은 유럽에서, 9명은 중남미에서,  1명은 오세아니아에서 왔다. 한국인은 1명이다.

37명은 기생충이나 병에 걸릴 수 있는 지저분한 환경에 살고, 14명은 글씨를 읽거나 쓰지 못하며,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교육의 기회가 더 적다. 24명은 전기가 없는 곳에서 살며, 텔레비전을 가진 사람은 45명, 컴퓨터를 가진 사람은 22명뿐이다. 10명의 사람들은 마을 재산의 85%를 가지고 있고 1년에 1억 원이 넘는 돈을 버는 반면 가장 가난한 10명은 하루에 2,200원도 안 되는 돈을 번다. 

마을에는  양 31마리, 소 23마리,  돼지 15마리, 낙타 3마리, 말 2마리, 닭은 무려 2100마리가 있다. 또 가축 이외에도 밀, 쌀, 콩, 채소 등의 다양한 먹을거리가 넉넉하게 있어, 시장엔 맛있는 음식 냄새가 늘 진동한다. 그런데도  30명은 종종 굶주리고 14명은 배가 고파 죽을 위험에 처해 있다. 

살면서 당하는 서러움 중에 배고픈 서러움이 가장 크다고 하던가.
우리나라는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인터넷을 검색을 하다가 국민일보에서 2021년에 보도한 <빈자의 식탁 - '선진국' 한국의 저소득층은 무엇을 먹고사나>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국민일보 - 빈자의 식탁

국민일보 - 빈자의 식탁

www.kmib.co.kr

이 기사는 2022년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책으로도 출판되었다.
'식사를 선택할 수 없는 삶'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우리 사회에 굶어 죽는 사람은 없지만 먹고 싶은(먹어야 하는) 걸 먹지 못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으며, '영양학적으로 충분하고 안전한 식품을 항상 확보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식품 안정성(food security)'이란 관점에선 여전히 굶주리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기사와 책의 요지였다.

*출처 : 위 국민일보 기사 <빈자의 식탁>중 캡쳐

식품안정성은 가구의 소득 수준과 정비례한다. 소득 수준을 5단계로 나눴을 때, 가장 높은 ‘상’ 가구의 식품안정성 미확보 가구 비율은 0%였다. ‘중’ 가구도 0.6%에 불과했다. 중~상 가구 대부분 원하는 음식을 골고루 먹고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하’ 가구의 경우 식품안정성 미확보 가구의 비율이 13.0%였다. 2016년(10.8%) 조사 때보다 더 나빠졌다. 잘 먹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 기사 <빈자의 식탁> 중 -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밥 먹는 데 가장 마지막으로 지갑을 연다. 주거비, 병원비로 돈이 다 새어나가 원하는 걸 먹는 데 쓸 돈은 부족하다.' 기사에 나온 설탕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설탕국수', 라면과 사리를 섞어 끓이는 '하얀 라면'은 충격적이다. 젊은이들은 취업을 할 때까지라는 목표하에 질이 낮은 식사로 자신의 젊은 몸을 갉아먹는 '몸 테크'를 하고, 돌봐 주는 가족들이 없는 노인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부실한 식탁에 앉는다.
섭취양과 영양 수준이 떨어지면 질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식사는 생의 전반에 걸쳐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가장 근본인 문제이다.

*출처 : 위 국민일보 기사 <빈자의 식탁>중 캡쳐

올 2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식비 지출은 24만 4000원이다. 하루 1만 원이 채 안 된다.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는 두 배가 넘는 54만 원을 식비로 썼다.
- 기사 <빈자의 식탁> 중 -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1분기 식품비 지출액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가 재난지원금이 배포된 2분기부터 회복됐는데 취약 계층에서 그 폭이 가장 컸다'고 한다.
취약계층은 재난지원금을 대부분 식품비에 썼다는 얘기다.

* 노노스쿨의 도시락

한 달에 한두 번 양천향교역 근처 노노스쿨로  도시락 만들기 활동을 하러 간다.
근처 임대아파트에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가양역과 양천향교역 일대는 80년대 후반 임대아파트가 서울에서 가장 많이 지어졌다.
기초생활 수급자, 장애인 독거노인 가운데 운이 좋은(?) 사람이 입주가 가능했다.
주변 주민들은 이곳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지만 한 달에 10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서울에서 몸 눕힐 아파트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이라고 한다.

2020년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27.8퍼센트가 영양 섭취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독거노인은 45.3퍼센트로 더욱 취약하다.  정부의 복지 예산은 '식품안정성'을 모두에게 보장해주지 못한다. 국가의 역활을 논하기 이전에 우선은 민간 차원의 지원과 연대가 시급히 필요한 부분이다.


(*이전 글 : 2021.10.27  사랑밥을 끓이며)

 

사랑밥을 끓이며

"모든 기념할만한 사건은 아침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던가? 그렇게까지는 몰라도, 따릉이를 타고 강변을 달리는 기분은 분명 다시 '기념해도' 좋을 일이었다. 얼굴에 부딪혀오는 가을

jangdolbange.tistory.com

한 달에 한두 번이란 나의 미미한 활동은 문제의 핵심을 푸는 해법은 결코 아니다. 
그래도 그곳에 내 생활의 아주 작은 일부나마 닿아 있다는 사실은 다행스럽다. 가느다랗게나마 드리운 촉수는 우선은 내 삶을 겸손하게 자각하게 하는 죽비와 같기 때문이다.
늘 한계에 대한 자각을 잃지 않으며 숲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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